사주 책을 공부하다보니 무슨 무슨 살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널리 사회에 퍼져서 살이란 관념은 일반인들 사이에도 널리 퍼져있다.

 

살, 한자로 殺(살)보다는 煞(살)이란 글자를 더 사용한다. 의미는 둘 다 같다, 죽일 살이다.

 

“에라, 급살 맞아라”, 참 무서운 저주의 말이다. 急煞(급살), 갑자기 닥치는 재앙과 액을 뜻한다. “곡성”이란 오컬트 영화에선 무당이 煞(살)을 날린다. 저주의 대상에게 액을 투척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煞(살)이란 무서운 뜻의 말인데 그 출처는 중국의 고대 민속 신앙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그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걸리게 되거나 사망할 경우 煞(살)을 맞았다는 식으로 해석이 되었다.

 

가령 코로나19는 코로나19煞(살)이었던 것이다. 균이 득실거리는 오염된 물을 마실 경우 수인성 전염병, 가령 콜레라에 걸렸으니 그 또한 살이었다. 콜레라살이었다.

 

이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액은 모두 煞(살)이었던 것이고 이런 관념은 오래 전 운명에 관한 術學(술학)이 등장할 때 자연스럽게 편입되었다.

 

중국의 경우 대략 8세기 이전의 운명술, 이를 古法(고법) 명리란 하는데 운명을 예측할 때 거의 모든 것이 살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었다. 살을 맞느냐, 팔자에 살이 끼었느냐를 따졌다.

 

“역마살”이란 게 있다. 나이가 좀 들면 절로 주변을 통해 듣게 되고 알게 되는 개념이다. 나무위키에도 소개되어 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여기저기 떠돌게 되는 운명을 뜻한다.

 

최근엔 해외 관광을 다녀오거나 직장을 옮길 경우에 역마살이 꼈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 역마살은 상당히 두려운 개념이었다.

 

옛날에 농촌 경제 시절에 집을 떠나 외지로 나갈 경우 도중에 강도를 만날 수도 있었고 또 상한 음식을 먹거나 또는 독감에 걸려 죽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집 떠나면 고생이란 하지만 예전엔 그야말로 목숨이 위험했다. 이에 역마살은 그야말로 공포의 살이었다.

 

그리고 부부 사이가 좋지 않으면 원진살이 있어서 그렇다는 말도 한다. 서로 원망하고 다투게 되는 살을 말한다. 원망할 怨(원)에 성낼 嗔(진)이다. 참으로 핑계대기 좋은 살이 아닐 수 없다.

 

부부가 되어 살다 보면 서로 간에 의견이나 취향이 다르다 보니 으레 다툴 때도 있고 싸우기도 한다. 그런데 원진살이 껴서 그런 것이니 풀어줄 수 있다, 돈만 좀 내면 풀어줄게 식이다. 무속인이나 사주쟁이들의 좋은 영업 상품이다.

 

아무튼 옛날 명리, 즉 古法(고법)에선 神(신)과 煞(살), 줄여서 神煞(신살)로만 얘기했는데 그 바람에 신살의 종류가 수 백 개나 되었다. 그 중에 의미가 좋은 것은 별로 많지가 않고 흉한 것이 대부분이다. 원래 산다는 게 좋은 일은 적고 흉한 일은 많기 마련이니 그렇다. 이를 문자 좀 써서 凶多吉小(흉다길소)라 한다.

 

그 많은 살 중에 명칭부터 흥미로운 것들이 꽤나 많다. 斧劈煞(부벽살), 즉 도끼로 내려침을 당하는 것과 같이 엄청난 고통을 받는 재액, 요즘 시쳇말로 아작이 나는 재액이 있고 피를 흥건히 흘리고 죽는다고 하는 血光煞(혈광살)이 있다.

 

남편이 잠자리를 해주지 않아서 늘 혼자서 안방을 지켜야 하는 寡宿(과숙)살, 홀몸이 되어 지내는 孤身(고신)살, 흰 호랑이에게 횡액을 당한다는 白虎大(백호대)살 등등 살벌한 공포의 살들이 많다.

 

무서운 살이 많아야만 사실 영업이 된다. 선생님, 어떻게 풀거나 모면할 길이 없을까요? 하고 고객이 간청을 해오면 운명을 봐주는 술사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의 옷차림이나 기색을 살펴 견적을 뽑은 다음 한껏 우려내었을 것이다.

 

이에 사주쟁이가 싫어서 절을 찾아가 스님에게 물어볼 것 같으면 그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그게 다 너의 전생에 쌓은 業(업)이라 하니 말이다.

 

어쩌다 보니 절 얘기 즉 불교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불교의 중국 유입이야말로 새로운 방식의 중국 철학과 운명학을 등장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다음 글에서 이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