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계절, 빛은 얼마 남지 않았고 대지는 비에 젖어있다, 겨울비라 해야 하겠다. 며칠 전 서울엔 비가 조금 내렸는데 순식간에 초겨울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마른 풀이 비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우린 끝났어! 하고 썩소를 짓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으로 그려본 마음의 풍경이다. 아침 창가에 보니 방충망에 파리 한 마리가 붙어있었다. 방충망을 조금 흔들어 보았지만 파리는 그냥 붙어 있었다. 죽은 놈이었다. 그냥 두기로 했다. 말라서 바람에 날아가는 동안 그냥 두기로 했다. 아마도 가루의 일부는 방안으로 들어올 것이고 내 코 안으로 들어오겠지 싶다. 한 때 생명이었던 파리에 대한 내 나름의 追念(추념)이다. 사느라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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