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요리 잘 하는 지인이 있는 양평의 서종면 문호리를 다녀왔다.  연립주택 근처 마당에 묵은 은행나무가 환하게 반겨주었다. 작년 이맘때에도 다녀온 적이 있었기에 나 또한 반가웠다. 밑동에 손바닥을 대고 인사를 했다. 영문을 모르겠으나 작년에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아주 많은 할머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할머님, 안녕하세요, 그간 무고하시지요?" 하고 인삿말을 건넸다. 쓸쓸해지는 계절을 명랑하게 밝히는 은행닢, 황금을 엷게 롤러로 민 다음 이파리 모양으로 뽑아내어  가지에 매달았다는 생각, 이맘때면 늘 하게 된다. 늦가을 최고의 럭셔리 장식이다. 할머님께선 무슨 사연과 전설을 품고 계신지요? 그 대답을 귀로는 듣지 못해도 머리를 끄덕였다. 아하! 그런 사연과 전설,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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