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려서 허리를 펴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바라보는 데 길이 흥건히 젖기 시작했다. 빗물의 반사로 거리가 환해졌다. 앞의 광경과 뒤의 광경이 대비가 되었다. 서울은 최근 필요없이 비가 많다. 부족한 남쪽 지방에 왔어야 할 비가 말이다. 비를 엄청 좋아하지만 며칠 사이엔 약간 지겹다. 잠자리가 눅눅하다. 젖은 시트 위에서 자는 것 같은 느낌. 이 사진은 물론 시각적 이미지, 세월이 흘러 이 사진을 다시 보면 눅눅함을 다시 느끼게 될까 궁금하다. 그냥 환한 거리 풍경으로만 기억되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싫었던 기억이나 추억을 떠올리지 않을 것이니까. 눅눅함 잊고 환한 거리의 풍경만 남아서 이거 참 좋네! 하게 될 것 같다. 비님, 이제 좀 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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