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려는 순간이 바로 기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일요일 오후 작업실에 나갔는데 전화가 왔다. 전화로도 상담할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 평소 같으면 ‘전화론 하지 않습니다’, 하고 답했을 터인데 문득 마음이 내켰다. 그러지요, 지금 하시지요, 했더니 그 쪽도 응했다.
수화기를 왼쪽 목에 걸고 생년월일시를 받아 적은 다음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만세력을 펼쳐서 사주를 빼보는 순간 直感(직감)이 왔다. 무슨 일로 물어보시려는 것입니까? 하고 말문을 열었지만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무슨 까닭으로 상담을 하려는 것인지.
1966년생이고 화물차 운전을 하시는 분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 고생만 하다가 끝나는 인생인가 싶은 회의와 우려 때문에 어렵사리 전화를 하신 분이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래 그 무렵 즈음이면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 싶었다. 수화기 저편, 그 분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었다.
타고난 命(명)과 運(운)을 살피는 것은 오늘에 이르러 일도 아니다. 그냥 보는 순간 알게 된다,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상담을 시작하면서 잠시 혼자 크게 한숨을 지었다. 삶은 실로 경이로워, 정말이야! 하는 찬탄의 한숨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열과 성을 다해 갖은 노력을 하고 발버둥을 쳐봤으나 끝내 답이 없구나, 이대로 끝이구나! 하고 마음을 접으려는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이제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순간에 스쳐가는 한 사람의 인생 여정
그 분의 경우 9세 때인 1975년이 立秋(입추)의 운이었고 39세인 2005년이 입춘 바닥이었다. 그러니 보나마나 1996-1997년 사이에 뭔가 실수를 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그 이후 삶이 끊임없이 피폐해져서 재작년 2020년쯤엔 몸에 병도 생겼으리라 싶었다.
그 분의 지나온 세월이 내 눈앞에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고생 많이 했네, 거 참!
하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물어 보긴 한다. 결혼은 하셨느냐 했더니 그랬다는 것이고 이에 약간의 유머를 얹어서 그런데 마누라 도망은 가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여태껏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 그래요? 거 참 부인께서 의리가 있으시네요, 하고 답변했다.
무슨 병이 있으신지? 하고 물으니 녹내장이 와서 한 달에 한 번 검진하면서 관리하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이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하겠지, 사주 상으로 원래 肝氣(간기)가 조금 약한 편인데 어려워지자 눈에 불을 켜고 사방을 뛰어다녔을 것이고 그 와중에서 안압이 높아져서 충분히 그럴 법 하다 싶었다. 그간에 얼마나 애를 쓰고 안달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 소모가 심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얘기해주었다.
고생에도 질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
선생님은 금년 2월로서 그간의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났다는 얘기부터 했다.
물론 아직 고생이 끝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힘든 고비가 당연히 있겠으나 그간의 흐름과 지금부터의 흐름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를 했다.
그간의 과정을 좀 더 나누어보면 7.5년은 뭔가 몰락해가고 있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마음고생이 컸을 것이고 그 다음의 7.5년은 그야말로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을 다하는 몸부림의 고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의 7.5년은 어쨌거나 먹고 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나아지는 기미가 느껴지지 않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해왔을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기간이라 해도 각 구간별로 그 맛이 다 다르다. 고생을 해도 쓴맛이 강한 때가 있고 시려서 눈물을 쏙 빼기도 하며 가시에 찔린 것처럼 아릴 때도 있다. 크게 봐서 고생이라 하지만 그 맛이 무한히 다르고 다양하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제 뭔가 변하고 있다. 여전히 어렵긴 하겠으나 서서히 어떤 희망 같은 것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기에 그간의 흐름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란 얘기를 해주었다. 앞으로의 7.5년은 바닥에서 벗어나는 흐름일 것이며 물론 그 역시 고생은 있을 것이라고 얘기를 해주었다. 희망 있는 상황에서의 고생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생은 다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했던 때, 즉 망하기 시작했던 때로부터 30년이 흐른 2027년경이 되면 먹고 사는 고생은 끝이 나 있을 것이고 그 이후론 의욕을 가지고 번창하게 될 것이란 얘기를 해주었다.
의욕을 가지고 번창한다, 하지만 그 역시 실은 고생의 연속일 것이다. 다만 그 때가 되면 먹고 사는 고생이 아니라 올라서고 더 잘 되기 위한 고생이 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살다보면 한 10년 평안한 때도 있기 마련이니
물론 평생 고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60년 순환에 있어 사람마다 타고난 성정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나름 平安(평안)한 때가 있기 마련인데 그게 10년 정도는 된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런 때가 된다 해도 만족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냥 별 일이나 탈 없이 10년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냥 그럭저럭 괜찮다고 느끼고 있다면 실은 바로 그 기간이 평안한 10년이다.
60년 순환에 있어 평안한 기간은 입춘 바닥으로부터 37.5년으로부터 47.5년까지이다. 그 흐름이 지나면 이상하게도 슬슬 일이 생기고 작은 탈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아니면 스스로 일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냥 해오던 대로 본인의 길을 가면 그나마 큰 탈은 없다. 그런데 젊은 혈기 때문에 또는 작은 자존심 때문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고 해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보겠다면서 새로운 길에 나설 것 같으면 그게 바로 스스로 지옥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동지에 새로운 길에 나서면 그게 바로 지옥행
그 고비는 바로 60년 순환에 있어 冬至(동지)의 때가 된다. 앞의 그 분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때 역시 동지의 운이었다. 동지의 운은 기의 절정인 입추로부터 22.5년이 흐른 때인데 그 분은 1975년이 입추였기에 1997년 무렵 사업을 시작했을 때가 바로 동지의 운이었다.
당시 그 분의 나이는 31세, 그러니 철모르고 혈기 왕성한 때였으니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그 분에게 이렇게 마무리를 해주었다.
“선생님은 그냥 단 한 번 실수를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간에 그 비용을 혹독하게 치르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희망도 생기고 잘 되실 것입니다. 20년간 화물차를 하셨으니 장차 작게나마 사람을 써가며 운수업을 하실 것이고 여유도 생길 것입니다. 잘 사시게 될 것입니다.”
상담을 끝내고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런 게 인생이고 운명이지 뭐. 어느새 내 손을 담배 한 대를 입에 가져다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
어쨌거나 긴 인생 고비는 있기 마련이어서
그간에 무수히 겪은 일이다. 이런 케이스 저런 케이스, 반복해서 끊임없이 겪게 된다. 하지만 크게 보면 그저 하나일 뿐이다.
긴 인생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한 번 어려움을 겪는다. 급한 이는 급해서 망할 것이고 주저하는 이는 망설이다가 낭패를 볼 것이다.
조심성이 많은 이는 큰 낭패를 면할 순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조용히 앓게 된다고 하겠다. 과감한 이는 반드시 어려운 생사의 고비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반성하고 철이 들면 크게 일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느 게 좋다고 말할 순 없다는 얘기이다.
운세의 흐른과 변화는 기본적으로 大同小異(대동소이)하다. 하지만 그 나타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千變萬化(천변만화)해서 전부가 다르고 저마다 다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번 주 수요일 낮 12시로서 만 48일이 된다. 양쪽 모두 지쳤을 것이지만 골치 아픈 쪽은 러시아이고 푸틴이다. 체면 차려서 나와야 할 터인데 그런 길은 보이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사실상 러시아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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