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거의 다 그렸을 무렵 가장 신이 난다. 여기저기 조금씩 강조하고 뒤로 물러나서 전체 톤을 확인해보고 다시 다가가서 조금씩 터치한다. 이 과정을 나는 그림을 화장시킨다고 표현한다. 얼굴 바탕이 예쁘면 화장은 더욱 빛이 나듯이 그림도 기본이 잘 되었으면 약간의 화장은 그림을 더욱 예쁘게 만든다. 이 때 나는 거의 그림과 하나가 되어 있다. 다 그린 후 한참 동안 살펴보다가 이윽고 붓을 놓는다. 팔레트를 닦고 물통을 비우고 붓을 씻고 그러면서 계속 그림을 바라본다. 그런 뒤 간격을 둔다. 시간이 지나면 이윽고 내 속에서 그림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그림은 또 다르게 보인다. 그림은 내가 아니라 객체가 되어 있고 그 객체를 다시 마주한다. 그러곤 속으로 얘기한다, 안녕.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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