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저녁 약속이 있어 한강을 건너 광화문 거리에 나갔다. 찬비가 내리고 있었고 쌀쌀한 바람도 제법 세찼다. 해는 곧 떨어질 판이었다. 하지만 거리는 광화문 특유의 정취로 가득했다. 우산을 바닥에 내려놓고 시린 손가락으로 셔터를 눌렀다. 손가락을 겨드랑이 넣었다 뺐다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장소는 광화문 비각 또는 교보생명 빌딩 옆이다. 낮게 깔린 잿빛 구름과 바닥이 젖었음을 알리는 사람의 그림자와 자동차 불빛의 반사, 번들거리는 느티나무의 몸통들, 숨을 쉴 때마다 코에서 김이 나왔다. 이런 날 이런 시각 이런 장소에 서 있다는 것, 이는 내 살아있음을 장식하는 절정의 순간들이다. 살아서 이런 구경을 하다가 가면 충분하다는 생각 늘 한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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