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로 시작된 겨울
오늘은 小雪(소설)이었는데 간밤에 비가 내렸다. 김종서가 부른 겨울비의 “우울한 하늘과 구름”이란 구절이 생각난다.
그런가 하면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중국 노랫말도 떠오른다. “서녘 바람 밤을 건너와 차가운 산에 비를 내리니”.
원문은 西風夜渡寒山雨(서풍야도한산우), 건널 渡(도)란 표현을 쓴 것이 함축의 맛을 준다. 渡(도)는 물을 건너간다는 뜻인데 여기선 밤을 건넌다고 하고 있다. 더해서 차갑게 식은 산에 비를 뿌리면 더욱 차가워질 것이 아닌가. 노랫말은 초겨울 풍경과 정서의 스산함을 잘도 표현하고 있다.
(노래가 궁금하신 분은 유튜브에 가서 ‘紅顔舊’ 라고 입력해보시면 되겠다.)
小雪(소설)은 피부로 느끼는 겨울의 첫날이다. 중부 지방엔 간밤 비 또는 눈이 내렸으니 서풍이 밤을 건너온 셈이고 그로서 겨울의 서막을 열었다.
자연순환, 그 모순됨과 절묘함!
소설부터 내년 2월 19일 雨水(우수)까지, 정확하게 1년의 1/4 이 겨울이다. 초여름보다 늦여름이 더 무덥고 겨울 또한 초겨울보다 늦겨울이 으레 더 춥다. 그 안에 자연순환의 모순적이면서도 절묘한 이치가 담겨 있다.
왜 모순이라고 하는 걸까?
12월 22일의 동지에 이르러 빛은 가장 줄어들었다가 그 이후 서서히 길어진다. 빛은 따듯함의 前兆(전조)이기에 사람은 장차 날이 따듯해지리란 기대 즉 어떤 희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날은 그 이후로 계속해서 더 추워지니 힘이 빠지고 낙담한다. 빛은 열이 아닌 것이니 모순이다.
왜 절묘하다고 하는 걸까?
갈수록 더 추워져서 추위에 넌더리가 나고 심지어는 이 망할 놈의 겨울날이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우울함이 깃들 바로 그 무렵에 땅의 열이 오르면서 봄이 찾아오니 그렇다.
시행착오는 지혜의 어머니
잘 모르는 길 혹은 처음 가보는 길을 우리가 가다보면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이에 가다가 도중에 이 길이 아닌가? 잘못 왔나? 하는 마음이 가장 커질 때 실은 찾는 목적지는 바로 직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불안함에 길을 되돌린 자는 결국 나중에 다시 그리로 와야 할 것이고 미심쩍어도 좀 더 참은 자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좀 더 참으려면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왕 내친걸음 좀 더 가보자, 정 아니면 돌아가지 뭐. 이를 두고 마음의 여유라고 한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뭔가 슬기로움이 생긴다. 나중엔 아예 길을 나서지 말거나 나섰으면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결국 지혜란 것은 책을 읽거나 배워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거듭된 시행착오에서 생겨난다. 지혜는 따라서 수업료를 요구한다.
자연순환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단순하지만 그건 뭘 몰라서 그런 것이고 앞서의 말처럼 모순적이면서도 절묘한 이치를 담고 있다.
방금 22일이 지났다. 23일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늘 있는 일이다. 호호당은 주로 심야에 글을 쓴다. 옛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祈願(기원)을 할 때 쓰는 井華水(정화수), 우물 속 가장 깊고 맑아서 빛나는 물은 야반삼경이나 동틀 녘에 긷듯이.
새벽녘엔 온도가 영하 3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니 우리 모두 겨울 속으로 가고 있다.
23일 아침이 되었다. 일어나 포털을 보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얼마 전 노태우 대통령의 서거에 이은 소식이다. 또 하나의 시대가 막을 내린 느낌이다. 그 분들의 功(공)과 過(과)는 이후로도 오래오래 말이 되겠지만 아무튼 한 시대가 끝이 났다.
겨울 그리고 죽음
겨울은 죽음의 계절, 아니 죽음 그 자체이다.
한해살이 벌레들과 풀들은 그것을 몸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모든 생명들이 겨울이면 일종의 假死(가사) 상태로 들어간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그렇고 우리 또한 차이는 있겠으나 큰 눈에서 보면 다르지 않다.
겨울이 되면 우리들 또한 바깥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활력 넘치는 젊은이들이나 스키장을 찾고 추운 산에 오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출이 싫어지고 직장인들도 일이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온다. 바깥은 춥고 어둡기 때문이다.
겨우내 우리의 생각은 밖을 향하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으로 향한다. 과거의 추억을 더듬고 사색에 빠지며 평소 하지 않던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생각의 迷路(미로)에서 허우적대기도 한다. 자는 동안에만 꿈을 꾸는 게 아니라 낮 시간에도 멍하니 몽상 혹은 환상에 잠긴다. 그건 사실 의식을 가진 채 꾸는 꿈이다. 눈을 뜬 채 꿈길을 가는 것이다.
죽음은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한다.
이 대목에서 약간 비약을 하겠다.
겨울이 죽음이라면 우리는 해마다 죽음을 경험한다고 볼 수 있다. 해마다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오니 그렇다.
그렇다면 죽음은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한다는 말도 된다. 해마다 한 번씩 겪는 일이니 그렇다. 여기에서 조금 더 진행해보면 죽음은 우리 삶의 일부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말을 하고 나니 아니, 삶이 끝난 뒤에 오는 것이 죽음 아니냐? 하면서 독자들께선 반문하실 수 있겠다. 그건 억지라고 말이다.
이에 대해 나 호호당은 이렇게 답하고 싶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숨이 멈춘 상태에서 맞이하는 죽음이란 건 우리가 아예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죽음의 상태, 죽은 뒤의 상황, 그건 우리가 근본적으로 모르는 무엇이라고 답하고 싶다.
잠시 죽었다가 깨어난 자는 있겠으나 장시간 죽어본 자는 우리 곁에 없다. 그렇기에 죽음 뒤의 상황에 대해선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사후의 영혼이라든가 다른 세계 등등 그거야 살아있는 자들의 상상이고 추정일 뿐 죽음 뒤의 상황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과학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죽음 뒤의 상태는 사체만 존재할 뿐 거기에 생명이 없으니 영혼도 그 어떤 의식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 뒤의 그 무엇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사실은 없다고 해야 하겠다. 그러니 우리는 모른다고 해야 맞다.
그렇기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죽음의 상태, 겪어볼 수 있는 죽음은 겨울인 것이고 또 그 겨울은 해마다 겪게 된다. 이에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늘 죽음을 체험하게 된다. 삶 안에 존재하는 죽음이다.
우리가 전혀 모르는 죽음 뒤의 상태가 있고 우리가 해마다 겪는 죽음이 있으니 사실 ‘글자만 같을 뿐’ 전자와 후자는 다른 것이란 것이 나 호호당의 얘기이다.
늘 체험하는 죽음이 있고 전혀 알지 못하기에 그저 상정해보는 죽음이 있다. 그냥 말장난일까?
우리들은 없음 또는 無(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사실 모른다. 무한한 허공으로 이어지는 우주의 끝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듯이 그냥 ‘없음’이란 것 역시 우리는 모른다. 絶對(절대)의 無(무)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다.
돌아오자, 더 해봤자 이상한 말만 될 수 있으니.
저승길을 가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
우리 대한민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후보마다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큰소리 하고 있지만 순환의 관점,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지닌 國運(국운)의 관점에서 말하면 우리 대한민국은 이미 저승길을 헤매고 있다. 국운이 겨울로 접어든지 오래인 까닭이다.
우리 국운의 겨울은 2012년 국운의 小雪(소설)에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15년, 2027년 국운의 雨水(우수)가 되어야만 끝이 난다. (2024년이 국운의 입춘 바닥인 까닭이다.)
그간의 대통령을 보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를 발전시킨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화의 영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건 우리 모두가 저승길을 오가면서 꾸고 있는 迷妄(미망)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번에 등장하는 새로운 대통령 역시 또 하나 우리들이 꾸는 꿈일 것이다.
봄은 痛覺(통각)과 함께 찾아들 것이니
죽음의 계절인 겨울이 가고 새 생명의 봄이 오면 좋은 것일까?
좋은 일이라 답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죽음의 시간을 지나 2027년에 가서 우리 모두 깨어나면 많은 고통이 찾아들 것이란 점 또한 확실하다. 覺醒(각성)이란 사실 痛覺(통각), 강렬한 신경자극과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글을 마치고 나니 또 하루가 지나 24일이 되고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2일 늦은 밤이었고 마치니 24일이 되어 있다. 시간 감각이 흔들린다. 나 호호당 역시 겨울이 되니 꿈길을 가고 있나 보다.
(이제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이 많이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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