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의 운명과 인생 역정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양력으로 1922년 7월 2일 출생이다. 생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살았던 경력이 자세히 알려져 있으니 충분히 검증해볼 수 있다.

 

壬戌(임술)년 丙午(병오)월 辛未(신미)일이다. 이에 보면 1961년 辛丑(신축)년이 立秋(입추)였고 1931년과 1991년 辛未(신미)년이 입춘 바닥이 된다.

 

생애의 일을 간략하게 알아볼 경우 8 개의 포인트가 있으니 이른바 四立(사립)과 四正(사정)이다.

 

四立(사립)이란 입춘과 입하, 입추와 입동의 일을 보는 것이고 四正(사정)이란 춘분과 하지, 추분과 동지의 상황을 보는 것이다.

 

이 8개의 포인트만 살펴도 그 사람의 운명에 따른 인생 역정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김수환 추기경의 일은 다음과 같다.

 

1931년 입춘. 부친 사망

1938년 춘분.

1946년 입하. 현 가톨릭대학교 입학.

1953년 하지. 사제 서품 후 대구교구장 최덕홍 주교의 비서.

1961년 입추. 5.16 군사 쿠데타 반대 입장 표명.

1968년 추분.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대주교로 서임. (다음 해 추기경)

1976년 입동. 왕성한 활동.

1983년 동지. 친형 김동한 사제 사망. 많은 사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

1991년 입춘.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방문,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

1998년 춘분. 30년간의 서울대교구장 직을 정진석 당시 대주교에게 물려줌.

2006년 입하. 이 무렵 반미주의와 지나친 친일청산을 비판. 진보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음.

2008년 소만의 운에 86세를 一期(일기)로 삶의 임무를 마치고 선종.

 

운명의 흐름을 살필 때 四立(사립) 당시의 상황보다는 四正(사정)의 일들이 더욱 현저하게 도드라진다. 예컨대 立春(입춘)은 바닥이고 봄이 시작된다. 이제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는 때이니 그다지 주목할 일은 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春分(춘분)은 봄의 한 가운데인 탓에 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김수한 추기경처럼 어린 시절의 춘분엔 별 기록이 없는데 실은 이때야말로 인생의 흐름이 결정되는 시기이다. 모든 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시작된다. 짐작컨대 1939년 춘분 무렵, 김수환 추기경의 17세 무렵 진정으로 사제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뒤 사제로서 열심히 길을 걸었고 운기가 절정에 이르러 秋分(추분), 춘분으로부터 30년 후인 1968년에 마침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대주교로 서임되었고 추기경이 되셨다. (참고로 얘기하면 추기경이란 교황 다음의 서열에 해당되는 높은 자리이다.)

 

대주교직을 30년간 맡으셨던 김수환 추기경은 1998 또 한 번의 春分(춘분) 운에 정진석 대주교에게 자리를 넘기셨다.

나 호호당은 태어나서 두 번째 맞이하는 春分(춘분)에 김수한 추기경은 진정으로 聖人(성인)이 되셨다고 본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보면 알을 깨고 나간다는 표현이 있는데 인생 순환에 있어 春分(춘분)이 바로 그때에 해당된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두 번째로 春分(춘분)을 맞이하는 자는 종교인이든 세속인이든 상관없이 진정으로 道人(도인)의 경지에 오른다고 본다. 새가 알의 껍질을 깨고 나와서 새가 되는데 거기에서 다시 한 번 뭔가 껍질을 깨고 나간다 생각해보라. 그때 깨고 나가는 껍질은 무엇일 것이며 그로서 나간 새로운 세상은 어떨까를.

 

그렇기에 나 호호당은 김수환 추기경께서 대주교 직을 내려놓으시고 나서 진정으로 우리들이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셨을 거라 여긴다.

 

우리와 함께 있지만 이미 이 세상의 사람, 욕망과 그로 인한 번뇌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되신 것이다. 이는 굳이 종교인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라 본다.

 

태어나서 두 번 춘분을 맞이하려면 수명도 짧지 않다는 말이 된다. 처음의 춘분은 그야말로 뭘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한 각성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 춘분은 두루 세상을 보았고 살핀 상태에서 한 단계 전혀 다른 차원의 각성을 하게 될 것이니 그게 예삿일이겠는가!

 

기억하기로 중국을 개혁하고 개방한 ‘덩샤오핑’의 경우에도 인생 순환에 있어 춘분을 두 번 지낸 분으로 알고 있다. 위대한 지도자가 그냥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역시 그런 분이다. 1942년 11월 20일 생인데 1954년에 춘분을 맞이했고 또 다시 2014년에 춘분을 지냈다. 바이든의 경우 장남이 2015년에 사망하는 바람에 그 슬픔과 충격으로 2016년 대선을 포기했는데 그건 바로 춘분의 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조 바이든은 당장은 모르겠으나 훗날이 되면 또 다시 미국을 부흥시킨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라 본다.

 

두 번째 춘분을 보낸 후 더 이상 추기경께선 이른바 시중의 인기 같은 것에 전혀 연연하지 않으셨다. 반미주의라든가 지나친 친일청산 등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비판하신 것 등이 바로 그렇다. 가령 함세웅 신부 등과 같은 사람들의 날선 비판 또한 너그럽게 넘기셨다. 추기경께선 우리나라와 민족, 더 크게는 인류의 더 크고 더 넓으며 더 높은 미래를 보고 계셨기 때문이라 여긴다.

 

오늘 김수환 추기경님의 생년월일 즉 팔자를 통해 그 분의 인생과 운세 순환을 알아보았는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때때로 도를 깨우쳐서 탈속한 스님이나 종교인의 경우 타고난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는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럴 땐 선뜻 답하기가 난감하다. 실은 질문 자체가 틀렸다. 운명, 즉 운이란 무엇이고 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없기에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좋은 질문이란 그 자체로서 그 방면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 때 나오는 것이기에 愚問(우문)이라 해도 그냥 웃으며 넘길 때가 많다. 때론 잘 모릅니다, 하고 답한다.

 

그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하고자 할 것 같으면 우선 그 사람에게 운명이란 무엇인가부터 가르쳐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많은 말과 긴 시간이 필요하니 그냥 웃거나 모른다고 답한다.

 

시중엔 보면 開運(개운)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이런 식의 광고도 있는데 그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 현재 처지가 어렵다면 그것을 어떻게 타개할 지를 놓고 諮問(자문)을 해준다면 모를까, 명이나 운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이미 적지 않은 훌륭한 스님들이라든가 신부님 목사님들에 대해 그 분들의 팔자와 연관해서 연구해보고 있다. 우리 대한불교조계종을 사실상 창립하신 청담 스님이라든가 성철 스님 같은 분들, 일본의 다쿠안 소호 선사와 같은 분들은 생년월일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기에 많이 연구해보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의 훌륭하신 분들도 마찬가지.

 

이에 간략히 얘기하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운명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이는 없다고 말씀드린다. 다만 그런 분들의 경우 수련과 수도를 통해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은 경지의 뭔가를 깨닫고 얻는 분들이란 점이다.

 

운명이란 것이 뭔가 하면 결국 자연이고 자연의 순환일 뿐이다. 자연을 어떻게 바꾸겠는가, 자연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는가,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인데 말이다.

 

11월 초가 되니 서울 시내에도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또 분분히 낙엽이 지고 있다. 草木(초목)이 黃落(황락)하는 계절이다. 높은 산 쪽에는 이미 낙엽도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서쪽에서 바람이 들어와 공기가 점차 탁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