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企劃(기획)을 할 수 있는 나라

 

 

앞글에서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준은 각 우방국에게 달러 마통 개설을 터줌으로써 전 세계의 외환위기를 사전에 봉쇄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달러 위기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달러 마통은 사실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그 이전에도 많은 달러 부족 위기가 있었다, 예컨대 1994년의 멕시코 외환위기, 1997년의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 금융위기,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1999-2002년의 아르헨티나 위기, 2016년의 베네수엘라 위기, 2018년의 터키 외환위기 등이 그것이다. 왜 미국은 그 당시엔 마통을 발동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럴 이유가 없거나 또는 외환위기를 통해 미국이 어떤 이득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 아닐까?

 

나 호호당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중앙은행간 달러 스왑을 대거 풀어주는 것을 보고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아니? 저것들이, 방법이 다 있었음에도 시치미 딱 떼고 있었구나, 그래 이제 전 글로벌이 외환위기와 대공황이 오면 당장 저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달러 스왑을 하는구나! 했다.

 

그야말로 “미국아, 너희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였다. 미국은 달러라는 절대 무기를 가지고 있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혁신기업들이 있으며 월가의 금융세력들이 연준이나 재무부 관리들과 서로 왕래하는 곳이니 능히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러 마통 때문에 위상이 팍 꺾인 국제기구가 하나 있으니 바로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외환위기가 발발할 때마다 IMF가 나설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는데 이젠 그냥 별 것이 아니게 되었다. 어쩐지 저번에 프랑스, 이번엔 불가리아, 그것도 여성들을 총재에 앉혔으니 겉보기엔 대단히 진취적인 것 같지만 그게 다 허울이다.

 

월가는 뉴욕에 있지만 수도 워싱턴을 보면 Fed와 미 재무부, IMF, World Bank 등이 불과 몇 백 미터 반경 안에 옹기종기 다 모여 있다. 아마도 미국 연준은 현재 달러를 무지막지하게 대거 왕창 풀어놓은 뒤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어떻게 하지? 아무튼 중국 저 놈들을 때려잡긴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야, 아이디어 좀 내 봐! 하면서 툭 하면 죄다 모여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미국 연준(Fed) 너무 믿지 말기를.

 

 

연준의 파월은 증시가 징징거릴 때마다 당분간 절대 금리 올리지 않는다면서 달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위상도 예전에 비하면 스스로 체면을 깎아먹었다.

 

그 장본인은 바로 이번 바이든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옐런이다. 예전에 연준은 금리를 한 번 올리기 시작하면 연달아 사정없이 팍팍 올리던 곳이었는데 옐런이 연준의 수장을 맡던 시절 증시가 난리를 피우자 그만 깨갱-하고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흔히 비둘기파로 알려져 있지만 나 호호당이 보기에 그냥 월가의 꼬붕, 심하게 말하면 월가의 에이전트 격이다.

 

최근에 월가의 대형금융회사들이 비트코인을 조금씩 사들이고 있는데 이 또한 냄새가 난다. 돈을 무진장 풀어놓았으니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도 있겠지만 연준과 재무부에게 뭔가 주고 받으면서 나름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의심도 든다.

 

아무쪼록 주식 하는 분이나 부동산 ‘영끌’하고 있는 분들, 미국 연준 너무 믿을 건 아니란 얘기를 드린다. 그들은 미국을 위해 움직일 뿐 어느 시점에 가서 순식간에 얼굴을 바꿀 수 있는 그들이다. 지금도 연준은 중국을 상대로는 중앙은행간 달러 유동성 협정을 맺자는 말 하지 않고 있으니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시 하는 얘기지만 미국은 달러를 들고 있기에 기획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음모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해도 얼마든지 정해진 手順(수순)에 따라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는 나라란 사실이다.

 

예를 하나 들어본다.

 

새로 들어선 바이든 정부는 경기를 살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그간 왕창 내렸던 달러를 서서히 강세로 돌릴 것이다. 달러가 강세로 가면 수입물품이 저렴해져서 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내수경기가 좋아질 것이다. 다만 중국 물품은 되도록 수입을 막도록 하는 조치도 함께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테슬라의 경우 배터리 비중이 큰데 달러 강세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사주고 중국의 CATL은 원천 봉쇄하는 식이다. (이런 걸 우리는 수혜라고 부른다.)

 

하지만 달러 강세로 미국 내수경기가 급격히 살아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을 것이니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해서 수순을 밟을 것이다.

 

그러니 나머지 글로벌 특히 우리와 같이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의 경우 오로지 저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대응할 수 있을 뿐 우리가 뭘 해볼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제부터 우리의 얘기

 

 

자, 이제 그러면 우리 얘기로 돌아와 보자.

 

먼저 확인하고 갈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사실상 멈춘 시점인 2012년과 작년 2020년, 즉 8년간의 핵심 데이터이다.

 

                               시중통화량(M2)             국내총생산

2012년                         1,798조                       1,440조

2020년                         3,198조                       1,898조

 

이 자료만으로도 우리 경제의 체질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8년 사이에 통화량은 무려 77.9%가 늘어난 반면 국내총생산은 31.8%에 그쳤다. 77.9와 31.8의 차이가 바로 돈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총생산의 증가와 비례해서 통화량이 늘어나야 정상이라 하겠는데 말이다.

 

바로 이런 차이로 인해 불어난 시중 유동성이 갈 곳은 자산시장이 되고 있다. 즉 자산시장 상승의 근본적인 압력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이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은 성질이 많이 다르다는 점. 

 

 

자산시장하면 대표적으로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다.

 

그런데 우리 증시와 부동산은 그 성질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증시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도하지만 부동산 대표적으로 아파트는 거의 국내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역대 최장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

 

 

먼저 부동산 시장부터 얘기를 해본다. 왜냐면 장차 조만간 정말로 초대형 사고가 날 시장이 바로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예전, 그러니까 2006년 말에 나 호호당은 우리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쳤다는 생각에서 당시 글을 통해서 그런 얘기를 했었다. 그런 이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고 그로서 우리 부동산 시장은 2012년까지 조정 국면을 거쳤다. 그런데 그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2012년 7월에 종전의 3%에서 내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시중통화량을 늘린다는 것이고 특히 2015년 3월 2% 이하로 내리면서 시중통화량은 걷잡을 수 없이 마구 팽창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아시다시피 0.5%라고 하는 사실상의 제로금리 시대이다.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2% 대 미만으로 과감하게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이 터준 '달러 마통'이 있다고 앞글에서 설명 드렸다. 2006년 말 이제 부동산 시장이 조정으로 들어갈 것으로 판단했던 나 호호당의 예측을 틀리게 만든 근본 동력은 바로 달러 마통이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내 예상이 왜 틀렸는가에 대한 해명이나 변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 진행 중인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왜 엄청난 거품이고 조만간- 결국 그 시점은 미국 연준이 정할 것이니 알 수가 없지만- 터질 것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 부동산 시장은 2012년 초반까지 조정을 거친 이후 금리인하로 인해 시중유동성이 지금까지 8년 동안 거침없이 늘어났고 그로 인해 부동산 시장 역시 8년간의 역대 최장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부동산 상승은 종전과 또 다른 거품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의 상승은 그야말로 하늘로 치솟는 로켓과도 같다. 시장의 성질 또한 예전과 크게 다르다. 전에는 서울의 이른바 ‘버블 세븐’이 이슈였고 이에 투기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르고 있다. 오죽하면 ‘영끌’이란 신조어가 탄생했겠는가!

 

나 호호당 생각에 우리 경제 체질 상 기준금리의 하한선은 2%라 여긴다. 그래야만 증시나 부동산, 생산성, 환율 등등 여러 면에서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통 크게 허용해준 달러 마통으로 인해 우리 경제, 특히 한은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본다. 다시 한 번 돌이켜보면 기준금리가 2% 이하로 내려온 시점은 2015년 3월이었다. 그때 역사상 처음으로 2% 미만인 1.75%를 보여주었던 한은이다.

 

우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기준금리 하한인 2%대를 지켜갔더라면 물론 경기침체와 성장세 둔화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좀비기업을 더 이상 양산해내지 않았을 것이고 구조조정이 적절하게 진행되면서 우리 경제 체질을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지켜갈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나 호호당의 이런 생각을 금융가에선 매파 성향이라 부른다. 나 호호당은 그렇다면 송골매란 얘기?)

 

결국 2015년 3월 바로 그때가 선택이었다. 당장 어려움을 감내할 것이냐 아니면 나중에 한 방에 몰아서 한 번 죽어볼 것이냐의 선택.

 

다음 글에서 최종 마무리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