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뒤덮은 증시 열풍

 

 

오랜만에 먼 지방의 山寺(산사)에 다녀왔다. 겨울인데도 비가 내려 그 정취가 각별했다.

 

지팡이를 하나 살 요량으로 경내 매점에 들렀다. 나이가 좀 되어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와 절 아래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두 분이 주식 얘기를 한창 나누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삼성전자를 산 모양이고 아저씨는 다른 것을 샀다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증시 바람이 깊은 산중 古刹(고찰)의 일주문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이거 이러다가 절 종무소 보살님은 물론이고 주지 스님까지 주식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거 정말 큰일이다.

 

전 국민이 주식에 혼이 나갔구나 싶다. 늙은이 젊은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죄다 증시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부동산과 달리 증시는 돈 백만 있어도 할 수 있으니 그렇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우량 주식을 사서 몇 년간 푹 묻어두면 돈이 된다고 부추긴다.

 

출구가 없는 젊은이들은 증시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고 평생 벌어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30대들 또한 주식에 인생을 걸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40대는 빨리 벌어서 은퇴하고 인생을 즐길 요량으로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졌고 50대는 최후의 수단으로 증시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은퇴한 60대는 노후가 걱정되니 역시 증시에 돈을 넣었다.

 

 

서툴기만 한 신규 개미들

 

 

그런데 보기에 너무 서툴고 못 한다 싶은 대목이 느껴진다. 특히 삼성전자만큼은 죄다 사들고 있다는 점이다. 필수지참 주식이자 국민주로서의 삼성전자가 된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삼성전자야말로 들고 있으면 돈이 되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주식을 살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단 두 가지밖에 없다. 먼저는 장차 실적이 좋아질 기업의 주식을 사야한다는 점이고 다음으론 앞으로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주식이 오른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실적 전망과 잠재 매수 여력이다.

 

그런데 증시에 뛰어든 모든 국내 개미들이 삼성전자를 샀다는 점이다. 이제 어떤 이들이 삼성전자를 사줄까? 샀던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줄기차게 사줄까? 생각하면 그러긴 어려울 것 같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대충 다 샀으니 더 사줄 것 같진 않다. 남은 것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인데 기관은 개인들의 환매 요청 때문에 주식을 살 여력이 없다. 남은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왕창 그리고 꾸준히 매수해야만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모든 개미들이 삼성전자를 사놓고 오르기만을 기대하고 고대하는 판국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 이제부터 우리가 사서 전폭적으로 올려드리겠습니다, 하고 순진하게 놀아주겠느냐는 얘기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당분간 삼성전자를 사주지 않을 것이다. 

 

 

판세를 빤히 다 읽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속으론 삼성전자를 사고 싶어도 당분간은 절대 사주지 않는다. 국내 개미들이 잔뜩 사서 가격도 잔뜩 오른 삼성전자를 이제 와서 더 비싸게 사들인다? 어림없는 소리. 그러면 선수(?)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정말 우량 주식인 것은 맞다. 그 바람에 삼성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절대 비중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2020년 2월 12일자 외국인 보유비중은 57.05% 였고 금년 1월 29일자로 그 비중은 55.06%이다. 1년 사이에 2% 정도를 줄였다.

 

그 좋은 삼성전자를 외국인투자자들은 무슨 까닭으로 팔아서 줄였을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가격이 하도 많이 오르고 잘 오르는 것을 보고 신나서 팔았다. 팔면서 이익을 왕창 챙겼다. 2% 정도만 팔았지만 매도로 인한 수익은 실로 엄청나다.

 

작년 1월 말 삼성전자 주식의 시가총액은 339조였는데 금년 초 주가가 9만원 할 때의 시가총액은 536조였다. 1년 사이에 200조가 늘었으니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 2%를 팔아서 현금으로 챙긴 수익은 대략 8조 원 이상이란 계산이 나온다.

 

 

외국인들에게 8조원을 헌납하고 있는 개미들

 

 

이 8조 원의 돈은 그렇다면 누가 지불했을까? 하면 그건 바로 국내 개미들이 사들이면서 지불했다고 보면 된다.

주식이란 것은 사서 올랐다 해도 팔지 않았다면 그건 평가이익에 불과하다. 살 때 지불한 금액과 나중에 팔아서 돌려받는 금액이 더 클 때만이 정말 이익을 본 것이 된다.

 

그 좋은 삼성전자이건만 무슨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더 사지 않고 오히려 팔았을까를 생각해보란 얘기이다. 외국인들이 팔았다 해도 겨우 2%에 불과하다, 그것을 팔아먹은 자들은 주식을 잘 모르는 몰지각한 외국인투자자들이라 치자. 앞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더 사주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다시 하는 얘기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당분간 삼성전자 주식을 사주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조금 더 팔아서 가격을 대폭 깎을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당연하다.

 

아마도 상승을 시작한 6만원선까지, 그게 무리라 한다면 최소한 7만원선까지 가격을 낮춘 다음에 가서 슬슬 사볼 생각을 하고 있을 외국인투자자들일 것이다. 상대방의 패를 다 읽었으니 전혀 서둘 필요가 없는 외국인투자자들인 것이다.

 

그 결과 특히 작년 12월 초부터 삼성전자를 사들인 개미들은 상당한 평가손을 감내해야 할 것이고 하락세에 겁이 나서 팔면 현실적인 손해를 봐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삼성전자 사두면 돈 된다고 떠들던 전문가님들은 입을 싹 씻거나 또는 무조건 버티라고 충고해줄 것이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습니다!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오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사주지 않아도 개미들이 앞으로도 무작정 무진장 삼성전자를 사주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든 흐름이 있고 때가 있기에 개미들이 무한정 개미지옥을 향해 돌진하진 않을 것이라 본다.

 

 

우리 증시는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오르는 왔다리 갔다리 체질이다. 

 

 

말머리를 조금 돌려본다.

 

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와 다르다.

 

미국 증시는 연금 펀드에서 끊임없이 사들인다는 점, 그리고 아예 연준이 나서서 돈을 풀어서 증시를 떠받친다는 점 등으로 해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상승한다. 인플레이션 효과가 확실히 존재하는 증시이다.

 

하지만 우리 증시는 전혀 다르다, 글로벌 경기 동향, 즉 수출 동향을 따라가는 것이 우리 증시이다. (내수는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이니 언급할 가치가 없다.) 그렇기에 우리 증시는 전형적인 ‘경기순환형’ 증시이다. 글로벌 경기순환.

 

그런데 현재 증시의 지수를 보면 이미 실물경제와 상당한 괴리가 발생해있다. 이 점에 대해 엉터리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 증시도 선진국형 프리미엄을 받아도 된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현재 우리 증시는 이미 상당한 버블 상태라고 봐도 절대 무방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지금부터 내릴 것이란 얘기는 결코 아니다. 기세란 것이 있어서 기왕에 많이 오른 상태라 해도 더 오를 수가 있고 아주 많이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전 국민이 개미가 되어 주식을 사고 있는 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순순하게 수익을 먹여줄 까닭이 없다는 점 또한 알아야 하겠다. 증시란 것은 결국 제로섬 게임, 줄여서 일종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마지막 얘기를 해보자.

 

 

결국 대다수가 돈을 잃게 될 것이니 큰 일이다.  

 

 

그건 앞에서 얘기했듯이 큰일이 났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장차 전 국민, 전 개미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것이 명백하다. 우리 증시는 글로벌 경기순환형 증시이기에 미국처럼 꾸준히 오르는 것이 아니라 많이 오르면 많이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내년일지 아니면 내후년일지 그건 모르겠으나 많이 오르면 많이 내리게 되는 우리 증시의 체질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20-30대 영끌 빚투의 젊은이들, 나아가서 산사 경내의 매점 아주머니나 인근 농부 아저씨의 쌈짓돈도 왕창 날아갈 것이다.

 

올해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아도 증시는 내릴 것이고 미국 연준이 언젠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폭락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와는 달라서 오르면 내린다. 거품 위에 거품을 쌓다 보면 나중에 내려도 너무 심하게 내릴 것이다.

 

그 때 가서 빠져나오면 될 게 아니냐? 하겠지만 그게 또한 쉽지가 않다.

 

증시는 도박과 그 성질이 정확하게 똑 같기 때문이다. 도박 중독에 한 번 빠지면 정말 빠져나오기 힘들듯이 증시 또한 한 번 맛을 들이면 그만 두기가 너무나도 어렵기에 결국 손해를 잔뜩 보고 나서야 털고 나올 수 있다.

 

그나마 털고 나오면 다행이라 하겠고 계속 잃으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도박이기에 그렇다.

 

증시는 나름 선수라 할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장기간 하다 보면 본전을 유지하거나 또는 벌게 되는 곳이다.

 

나 호호당은 주식 좀 할 줄 안다. 1983년부터 했으니 경력이 38년이다. 그 사이에 계산해보면 조금은 남는 장사를 했다. 한 때 정말 많이 벌기도 했지만 나중에 다시 반납한 탓에 조금 남겼다.

 

 

호호당의 주식에 대한 기본 투자 방법

 

 

참고하시라고 나 호호당의 주식에 대한 기본 전략을 밝히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원금이 1000만원이면 500만원 이상 절대 주식을 사지 않는다. 500만원은 그냥 놀린다. 하지만 언젠가 예기치 않게 상상 이상의 대폭락장이 연출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이를 악물고 예비군으로 있던 500만원을 전부 과감하게 투입한다. 그러면 순식간에 본전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물론 아닐 경우도 있다. 더 내릴 수도 있다, 그러면 다 날린 셈치고 ‘존버’한다. 신용매수? 그거야말로 죽음의 길이다.

 

그리고 주식을 하다 보면 사고 파는 맛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30만원 정도는 급등주에 들어가서 앗싸, 하면서 즐기기도 하고 파라락- 내리면 에잇, 망했네 하면서 손절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해소용이고 도박 놀음이다. 그런 맛도 있어야지 주식하지 늘 냉철하게 주식하는 것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돈 버는 것, 특히 주식으로 돈 버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다. 제로섬인 탓이다.

 

꽤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다. 1월 丑(축)월엔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생각과 상념들이 떠오르고 다시 내린다. 축월은 원래 안개 속과 같은 달이기에 생각도 그렇다. 다시 힘을 내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