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달러 가치가 내리고 있다.

 

최근 국제 금 선물 시세가 엄청나게 올랐다. 2015년 말 1,045.40 달러에서 이번 8월 6일의 장중 최고치 2,063 달러까지 비교하면 4년 반 사이에 97%나 올랐다. 특히 금년 들어 상승세가 엄청나다. 작년 말 종가 1,519.50 달러에서 최근의 고점까지를 비교하면 올 해에만도 근 36%나 상승했다.

 

왜 이처럼 금값이 겁나게 오르는 것일까?

 

조금 상식이 있는 분이라면 미국이 달러를 엄청나게 찍어서 풀었기 때문에 시중 유동성이 많아져서 올랐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약간 다르다. 달러를 남발했으니 달러 가치가 하락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 금값은 수동적으로 올랐다고 보는 게 맞다. 금 투기꾼들이 달러를 올린 게 아니란 얘기.

 

금값은 달러 가치의 逆數(역수)라 보면 된다. 이는 마치 시소 놀이와 같아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값이 올라가고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금값이 내린다고 보면 된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금값이 오른다는 것은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도량형을 가지고 장난치는 놈은 역적이라 했는데

 

도량형이란 단어를 아실 것이다.

 

예로부터 도량형을 조작하거나 장난치는 자는 나라의 가장 악질 죄인으로 처리했다. 당연한 것이 쌀 한 가마에 기준이 80 킬로그램인데 어떤 중간 도매상이 75 킬로로 빼먹거나 또는 다른 곡물을 섞는 방식으로 팔고 있다면 거의 사형감이었다.

 

도량형이란 결국 가치의 절대 기준이기 때문이고 이를 가지고 장난치면 그야말로 나쁜 놈이라 하겠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선 미국 연준이 앞장서서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를 제멋대로 분탕질치고 있다. 그런데 국법으로 처단하긴 고사하고 증시에선 주가가 오른다고 박수를 보낸다. 더 찍어서 풀어야지! 하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어이가 없는 짓이다.

 

며칠 전 미국 연준의 의장이 잭슨 홀 미팅에서 어쩌구 저쩌구 했는데 전 세계 금융당국자들과 투기꾼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내용인 즉 간단히 말하면 앞으로도 계속 달러란 도량형을 가지고 열심히 분탕질을 치겠다는 내용이다.

 

도량형이란 결국 가치의 기준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상은 참으로 희안해서 그걸 국가나 정부가 앞장서서 장난을 친다.

경제학 원론을 배운 이라면 “악화는 양화를 驅逐(구축)한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구축한다는 말은 어려운 단어이고 몰아서 쫓아버린다는 뜻이다. 나쁜 놈이 좋은 사람을 밀쳐낸다는 말과도 같다.

 

처음엔 순금으로 양을 엄격하게 제대로 써서 코인 즉 주화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금의 양을 줄이거나 24K에서 14K로 딴 이물질을 섞어서 만들었던 일을 말한다. 그러면 금화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나쁜 짓을 한 놈들이 누구냐 하면 주로 ‘왕’이나 ‘황제’란 타이틀을 가진 작자들이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그랬었는데 오늘날엔 연준 의장이 그 짓을 하고 있다. 돈에 관해선 미국 연준 의장이 글로벌 경제의 황제란 얘기이다. 물론 연준 의장을 임명하는 놈은 바로 미국 대통령이고.

 

 

금본위제가 무너지자 기준점이 사라졌으니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 달러는 그야말로 가치의 절대 기준이었으니 그 까닭은 달러를 금으로 보증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를 금본위제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 역시 월남전으로 진을 빼게 되면서 난 더 이상 못해! 하고 손을 들고 말았으니 1971년의 일이다.

 

그러자 가치의 기준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자 각 나라마다 자국 돈의 가치를 무역이나 기타 분야에서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조작하기 시작했으니 이를 변동환율제라 한다.

 

이제 기준이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돈을 벌어도 기준이 없다 보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게 과연 있는지 또는 실질적으론 잃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가 없게 되었다. 도량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치의 기준은 여전히 금이다. 

 

 

하지만 그나마 여전히 가치의 기준 역할을 해주고 있는 놈이 있으니 그건 역시 금이고 금값이다.

 

금이란 놈은 광물질로서 가만히 놓아두면 이자가 전혀 붙지 않는다. 돈은 그래도 은행에 넣어두면 미미하나마 이자란 것이 붙는데 말이다.

 

그처럼 이자도 붙지 않는 금이 왜 이처럼 겁나게 오르고 또 때론 내리기도 하는 것일까?

 

實相(실상)을 말하면 금은 그냥 가만히 있다. 다만 달러를 많이 찍어내면 절로 금값이 오를 뿐이지 금 자체는 오르는 법이 없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달러를 많이 발행해왔기에 금은 일시적으론 내릴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달러 가치가 꾸준히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이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은 아니다. 그 자체로서 하나의 상품이기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세가 변동한다. 하지만 금에 대한 수요는 장기적으로 크게 변화가 없다, 워낙 비싼 귀금속인 까닭이다.

 

그렇기에 금 시세 변동은 수요와 공급에 따르기보다는 글로벌 기축 통화인 달러 가치의 변동을 반영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보면 된다. 기준이 없어진 시대에 그나마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치의 기준이 금이란 얘기이다.

 

이 점을 다시 생각해보면 가령 당신이 금을 사들인다고 할 것 같으면 그건 달러를 내다 판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된다. 금 선물 시장에서 금을 사면 그건 달러를 ‘공매도’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 그렇다. 다시 말하면 가진 돈으로 금을 산다는 얘기는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 그를 방어하는 수단이란 얘기가 된다.

 

 

지금 우리는 1996년에 비해 훨씬 못 살고 있다는 사실. 

 

 

그럼 이제 흥미로운 얘기 하나 들려드리겠다. 현재 우리나라가 과거에 비해 숫자상으론 분명 소득이 늘어났는데 과연 그런 걸까? 하는 얘기이다.

 

예컨대 1996년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대략 13,000 달러였고 작년 2019년엔 31,681 달러였다. 23년 사이에 국민소득이 244%나 늘어났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시 말해서 우리 국민들이 1996년에 비해 2.44배나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문제이다.

 

이에 ‘아마 그럴 껄’ 하고 답한다면 ‘땡! 틀렸다’ 이다.

 

답을 알기 위해선 당시의 금값과 작년의 평균 금값을 비교해보면 나온다.

 

1996년 당시 평균 금값은 온스 당 387.33달러였고 2019년 평균값은 1,393.34 달러였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1996년엔 13,000 달러의 돈으로 금을 33.52 온스를 살 수 있었고 작년 말엔 31,681 달러를 가지고 22.73 온스를 살 수 있었다.

1996년엔 33.52 온스, 작년엔 22.73 온스, 따라서 작년 소득은 1996년에 비해 66.8 퍼센트에 불과하다. 22.73 나누기 32.52, 즉 2/3 수준이다.

 

그렇다면 작년 말 우리 국민들의 평균 소득은 1996년에 비해 소득이 무려 33.2% 씩이나 쪼그라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우리는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1996년에 비해 평균소득이 2/3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하게 살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양극화까지 심해졌으니 젊은이들에겐 '이생망'의 현실

 

 

그런데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나쁘다. 1인당 GDP란 것이 국민 전체 소득을 머릿수로 나눈 평균값인데 2000년 무렵부터 소위 양극화가 시작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소득 편차는 엄청나게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1996년 무렵엔 비정규직이란 말 자체가 드물었다. 직장에 들어가면 그냥 다 같은 직장인었다. 그런데 2000년부터 비정규직이란 것이 대거 등장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격차는 엄청나게 확대되어왔다.

 

우리나라 기간제 근로자 중에서 계약직 사원은 급여가 정직원에 비해 60-70%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기업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세분하면 더욱 사정은 나빠지고 거기에 알바나 기타 등등까지 고려하면 정말로 심하다.

 

그런 까닭에 최근 20-30대 젊은 층의 기대소득은 실로 형편이 없다. 그러니 ‘이생망’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전체적으로도 우리는 1996년보다 못 살고 있고 양극화와 차별로 인해 그야말로 더 못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숫자장난 

 

 

한국은행이 최근 금년도 우리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 1.3%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는데 사실 이 또한 알고 보면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올 해 소득 감소는 실로 엄청나고도 크다.

 

작년의 경우 금 온스 당 평균값이 1,414.03 달러였는데 최근 8월 현재 금의 1년 이동평균값은 1,677.50달러이다. 금 시세가 평균값으로 18.63%가 올랐다. 그러니 우리 경제나 국민들의 소득 역시 그와 반비례해서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금 시세는 이처럼 실상에 가장 근접한 얘기를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올 해엔 코로나19로 인해 망했다는 말을 해주고 있다. 그저 미국이 더 망하고 있다는 소식 정도로 위안을 삼으면 모를까.

 

살림살이를 비교해볼 때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은 올 해 소득으로 금을 몇 돈 아니 몇 양이나 살 수 있는지 그리고 작년에는 얼마치나 살 수 있었는지 그걸 비교하면 가장 정확하다는 얘기였다. 이게 금값이 말해주는 비밀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좋았던 시절은 지나갔다는 얘기.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그걸 수치로 알려주는 것이 바로 금값이다.

 

참고로 얘기하면 2008년의 금값은 온스 당 872.37 달러였고 올 해 현재 1년 이동평균값은 1,677.50 달러이다. 계산해보면 92%가 올랐고 그와 반비례해서 달러 가치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는 결국 글로벌 전체가 훨씬 가난해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GDP 몇 퍼센트 늘어나고 말고는 솔직히 그저 숫자장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