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가을이다. 

 

 오늘 일요일은 處暑(처서), 이제 무더위가 짐을 싼다는 절기로서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때이기도 하다. 오늘 서울 하늘은 뭉게구름 희게 피어나고 그 사이 하늘은 蒼蒼(창창)하다.

 

이 무렵에 벼는 아주 작은 꽃을 피워 수정을 마치고 그러면 아주 미세한 쌀 알갱이가 생겨난다. 이 모두 한나절의 일이다. 쌀 알갱이는 한낮의 뜨거운 볕과 한밤의 찬 공기를 통해 그 속에 영양물질을 쌓아간다. 그러면 점점 커져서 두 달 뒤 10월 하순의 霜降(상강)이 되면 튼실한 쌀이 완성되니 수확의 때를 맞이한다.

 

 

처서로서 한 해 경영의 대강을 그려볼 수 있으니

 

 

그렇기에 8월 하순의 처서란 절기는 크게 볼 때 한 해의 경영이 구체화되는 시기라 하겠다. 앞서의 벼농사만이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그렇다는 얘기이다.

 

그런 까닭에 처서가 되면 올 해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지 대강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이제 벼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인 쌀알을 만들어가는 단계로 접어들기에 그렇다.

 

한 해의 경영에 대해 실로 그 어떤 방면에 대해서도 이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처서에 나타난 징조들

 

 

가령 최근 김정은이가 동생 김여정에게 통치를 상당 부분 위임해놓고 있은데 이는 올 해 김정은의 농사가 사실상 망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5개년 계획도 사실상 파탄이 났고 핵을 담보로 미국과 결말을 보자고 했던 협상도 완전 고착 상태에 빠져 버렸다.

 

부친의 사망으로 최고 통치자가 된 김정은은 나름 큰 포부와 희망을 안고 핵 협상에 나섰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룬 것은 하나도 없으니 본인 스스로도 얼마나 실망이 크겠는가, 그러니 여동생을 시켜 6월에 사실상 대사관 격인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놓고 이젠 당분간 동생인 네가 좀 맡아서 해라, 난 좀 쉬겠다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오늘 처서에 중국의 외교 실세인 양제츠가 부산에 왔다. 서울에 오지 못한 것만 봐도 이번 방문은 대단히 절충적이고 애매하다고 하겠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우리 정부 입장이라 서울로 불러들이긴 여러 모로 고충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한중 관계와 한미 관계의 力學(역학)을 말해준다.

 

사실 트럼프가 작년에 중거리미사일 협정을 일반적으로 파기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일본이나 우리나라에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발표했으면 한다면서 중국을 위협했던 것은 일종의 양동작전이었던 셈이다. 그런 다음 이번에 미국은 우리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고체연료 사용을 풀어줌으로써 우리와 미국 모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뿐 아니라 핵잠수함 건이라거나 항공모함 건조 등등 최근 우리나라의 군비증강은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바, 여기에는 당연히 미국의 지원과 협조가 있다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일방적인 공세에 시달려오던 중국은 한반도 남단에 위치한 우리나라가 중국의 목줄을 겨누는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까봐서 심히 우려하고 있다. 이번 양제츠의 부산 방문은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미국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또 견제해보려는 의도가 가장 크다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건강이상설이 떠돌고 있다. 아베는 2007년 총리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돌연 사퇴를 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사퇴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많다.

 

하지만 2007년의 사퇴는 겉으론 지병인 궤양성대장염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은 당시만 해도 아베 신조가 지니고 있던 ‘반미’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이에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은 일본의 정계와 재계가 아베더러 사퇴를 강요했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일본식 처리법인 것이니 이번에 다시 건강이상설이 도는 것은 주변으로부터 이제 그만 하라는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해석해도 된다. 이에 벌써 차기 총리 후보들의 행보가 노골화되고 있다.

 

또 하나 관심사는 한일 간의 현안인 지소미아 건인데 이는 미국이 우리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을 허용해주는 과정에서 이미 조율되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우리 정부 역시 말로는 지소미아는 우리 정부가 원할 경우 언제든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말은 말일 뿐. 이 또한 처서의 일이다.

 

이처럼 처서의 시점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주의를 갖고 살펴보면 올 한 해의 많은 일들에 대한 윤곽을 알 수 있고 또 그것들은 내년에는 또 어떠한 형태로 이어져 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그리고 다음 달 9월 22일의 秋分(추분)이 되면 모든 것들이 보다 확실하게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답이 나온다는 얘기이다.

 

 

코로나19가 처서로서 확산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그런데 실은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처서 무렵에 와서 재확산의 기미가 농후해졌다는 사실이다. 전광훈과 같은 이상한 종교지도자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인해 말이다. 코로나19는 그간 나 호호당이 했던 많은 예측 가운데 대표적으로 실패한 건이기도 하다. 이태원 발 확산이 시작되면서 끝나가던 코로나19가 다시 번졌고 이번엔 일부 교회로 인해 다시 그렇게 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수일 내에 진단 표적 대상자들에 대한 진단이 대충 마무리되면서 전파를 차단하지 못한다면 이건 그야말로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니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다. 쌀알이 만들어지는 시점에 그 쌀알의 한 종류로서 코로나19가 퍼져간다면 올 겨울 내내 대거 유행할 수도 있을 것 이고 그간 견뎌오던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부도와 연쇄파산도산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니 참으로 걱정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 백신이 나올 순 있어도 독감 백신처럼 예방 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리는 결과가 될 것도 같으니 말이다. 그러니 당장은 마스크와 손 자주 씻기가 대안이다.

 

 

과열 기미를 보이는 증시 역시 우려의 대상이어서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과열된 증시이다. 이제 처서를 맞이했고 한 달 뒷면 추분인데 추분이 되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현재 증시는 실물 경제와는 상당한 이격이 발생해 있어서 그 무렵쯤에 조정이 시작되면 상당한 하락 조정이 될 것도 같다는 얘기이다. 증시에 별 경험이 없는 초보 투자자들이 이번 증시 반등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데 그들이 받게 될 충격이 걱정이다.

 

우리 경제의 경우 코로나 충격이 덮친 상반기의 경우 민간소비의 위축을 대신해준 것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설비투자였다. 그런데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민간소비의 감소폭 또한 다시 커질 것이고 그로 인해 일자리 감소와 어려운 계층의 생활고는 더욱 폭 커질 것이다. 아울러 증시까지 큰 폭 조정을 받는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 위축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코로나19에 최장 장마까지 정말이지 올 2020년은 최악의 해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의 경우 처서의 운이 되면

 

 

처서란 어떤 절기인 가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時事(시사) 위주의 얘기가 되었다. 이제 사람의 운세 흐름과도 연관 지어 조금 얘기해보겠다.

 

어떤 이의 60년 순환에 있어 입춘으로부터 32.5년, 입추로부터 2.5년이 경과하는 시점이 바로 處暑(처서)이다. 앞에서 처서로서 벼를 키우는 일이 마무리되고 이제 쌀알을 맺을 때란 말을 했는데 이 역시 사람의 일에 적용해도 같은 이치가 된다.

 

사람이 처서의 운을 맞이하면 그간의 양적 성장은 마무리되고 이제 질적 변환을 통한 성장으로 넘어간다. 벼가 아니라 쌀로 넘어가는 것이다. 농부의 원래 목표는 벼를 예쁘게 키우자는 데 있던 것이 아니라 결국은 가을에 풍성한 수확 즉 다량의 쌀을 얻자는 데 있다. 그처럼 이제 사람 역시 처서의 운이 되면 그간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첫 단계가 된다.

 

 

처서는 양질 변환의 때

 

 

이에 나는 5월 하순의 소만으로부터 8월 하순의 처서까지를 양적 성장단계로 하고 그 이후 처서부터 11월 하순의 소설까지를 질적 성장의 단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면 1982년부터 1997년까지의 기간이 양적 성장의 때였고 1997년부터 2012년까지를 질적 성장의 때였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는 양에서 질로 넘어가는 시기에 있어 뒤늦게 양적 성장에 매달리던 기업들이 대거 정리되고 통폐합된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다.

 

처서는 이제 그간의 흐름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다. 과도기엔 나름의 위험이 따르는 법인데 이 무렵 변화의 때를 감지하지 못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다가 그만 좌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으레 초가을엔 그렇지만 말이다. 하지만 석 달의 가을 중에서 한 달 반 후인 10월 초가 되면 완연 선선해질 것이니 늦가을이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 24일 아침 다행히도 전날보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제법 줄어들었다. 내일 아침 더 줄어들면서 이번 주만 잘 넘긴다면 또 다시 예전과 같이 산발적인 감염이 이어지는 소강 상태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걸어본다.

 

오늘 글은 간밤에 쓰기 시작해서 오늘 점심 무렵에 마무리했기에 시차가 약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