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 어떤 젊은이가 어떻게 하면 특별한 자본 없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하고 내게 질문을 해왔다. 


농담조로 대답했다, 워렌 버핏에게서 돈벌이에 관한 힌트 하나 얻으려고 점심식사 자리에 무려 42억씩이나 지불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자네는 내게 공짜로 물어보겠다고 하니 그게 좀. 


젊은이는 내 농담에 약간 당황했는지 우물쭈물했다. 


이에 금방 우스갯소리라고 무마했지만 사실 그 농담은 젊은이의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었다. 공짜는 세상에 없다는 얘기. 


그러고 나서 나는 “이제 두 번째 답을 말씀드리지” 했더니 젊은이는 의아해하면서 “두 번째요?” 하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다시 웃으면서 “조금 전에 얘기했지 않은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이야. 


젊은이는 얼굴을 붉혔다. 아, 네!



가진 것 없이 돈을 벌려면 자기착취가 정답이다.



이어서 얘기했다. 두 번째 답은 특별한 자기자본이 없이 남보다 더 돈을 벌려 하면 결국 ‘자기착취’밖에 없다네. 


자기착취요? 그게 무슨?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주로 얘기하는 것은 기업가들과 자본주들이 결국 타인을 착취함으로써 초과이윤을 남기는 점에 관한 것이다. 그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뭔가 더 남기려면 어딘가에서 더 얻어내야 한다는 점은 나 호호당도 동의한다. 


하지만 힘없고 특별한 자본도 없는 자가 더 벌고자 할 때 가장 선량하고 쉬운 방법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노동력을 더 착취하고 갈취하는 방법이 아니겠냐고 풀어서 얘기를 해주었다. 


달리 말하면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거나 같은 시간이라면 더 많은 노력을 하는 방법이 자기착취라고 얘기해주었다. 그 밖에 달리 무슨 신통한 방법이 있겠냐고 말이다. 


그렇게 말했더니 젊은이는 약간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생활의 질이... 하고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질은 양이 된 다음에 따질 일



석연치 않은 기색이 보여서 一針(일침)을 놓았다. 질은 양이 된 다음에 따질 문제라고. 


특별한 자본이 없다면 특별한 재주라도 있어야 할 것이고, 그게 없다면 특별한 백그라운드라도 있든가 그도 아니면 결국 스스로의 노동력과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니 우선 그것을 다소 무리하게 쓰는 방법, 달리 말하면 자기 자신을 갈취하고 착취하는 것이 방법이 된다고, 따라서 생활의 질은 나중 문제라고 얘기해주었다. 


실망한 표정이었다, 젊은이는. 


그래서 한 번 더 침을 놓았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가, 자네가 태어나기 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갈취하고 착취할 지라도 돈이 되기만 한다면 어디든 달려갔고 무엇이든 하고자 안달이었다네. 


그야말로 사실이고 이른바 팩트이다. 



예전의 대한민국을 떠올려보다



말을 하다 보니 문득 스쳐가는 옛일이 있다. 1980년대 초반, 정확하게 1982년의 일이다. 


나 호호당은 그 해 은행에 입사해서 영업점에 배치되었고 그곳 외환업무 팀에서 수출환어음 매입, 즉 네고(Nego)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 바람에 한 섬유봉제업체의 공장 현장에 실사를 나가는 일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시각이 새벽 5시였다. 상사의 지시인 즉 정말로 24시간 공장이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나는 졸지에 새벽 3시에 집을 나서야 했다. 엄청 투덜거리면서 생전 처음 가보지 않은 컴컴한 길에 나서야 했다. 


그 해 초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1982년 초까지 이른바 통행금지란 것이 있어서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진 통행이 금지되었다는 사실. 길을 가다 경찰에게 잡히면 새벽 통금 해제 때까지 파출소 유치장 신세였다. 


공장 안에 들어갔더니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엄청나게 요란했고 수백명의 여공들이 뿜어낸 체온과 땀으로 인해 공장 내부는 늦가을인데도 희부연 습기와 열기로 가득했다. 순간 감동을 받았다, 이 새벽에 저 많은 사람들이 모두들 열심히 작업에 열중하고 있구나, 정말이지 그건 감동이었다. 


한 여공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더니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시간이 아니라 뽑아낸 수량으로 돈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야근수당을 챙길 수 있으니 밤 시간 근무가 더 즐겁다는 그 분의 대답이었다. 놀면 뭐 해유, 돈 벌어야지 하던 그 힘찬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3교대가 아니었다. 12 시간씩 2교대였다.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일하고 교대하는 방식인데 야간 근무엔 수당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일하는 도중에 1시간 식사시간이 있지만 더 벌기 위해 몸만 괜찮으면 간식으로 때운다는 것이었다. 


그 회사는 당시엔 와이셔츠, 최근엔 드레스셔츠라고 하는 의류제품을 만들어서 해외로 수출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의 수출신용장과 환어음 매입이 바로 내 담당이었기에 있었던 일이다. 


12시간 노동만 해도 중노동이다, 뿐만 아니라 뽑아낸 수량으로 돈을 버는 ‘성과시스템’이었기에 참으로 극심한 노동이었다. 하지만 그 여공들은 돈 버는 재미에 스스로를 사정없이 착취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그런 중노동 정도는 아주 흔한 일, 일종의 풍토였다. 


나 호호당 역시 근무시간이 과다하긴 마찬가지였다. 은행 영업점 외환계에서 일하다보니 퇴근시간은 주로 밤 11시였다. 아침 9시 반부터 시작해서 밤 11시까지였으니 그 또한 거의 12시간 근무였다. 물론 야근수당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다만 저녁식사는 근처 한식당에 가서 냉면이나 육개장 정도는 사인만 하면 먹을 수 있었다. 


사실 나 호호당이 은행에 들어간 이유는 오후 4시 반이면 셔터 내리는 것을 보고 기가 막히게 좋은 직장, 이른바 워라벨이 될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지만 정작 들어가서 보니 천만의 말씀이었다. 


이거 힘들어서 안 되겠네, 좀 더 편한 직장으로 옮겨야 하겠네 하고 생각했지만 월급 타는 재미, 또 동료 직원들과의 끈끈한 정이 생긴 탓에 그냥 지내기로 했다. 한편으로 직장 옮기는 것이 성가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당시 풍토를 말하면 사무직 직원, 이른바 화이트칼라는 장차 출세를 할 몸이니 야근수당 따윈 당연히 받지 않아야 하고 미래가 없는 생산직 종사자, 소위 블루칼라는 야근수당을 받는다는 식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가소롭다. 


게다가 야근수당은 없어도 상대하는 업체로부터 명절을 비롯해서 때때로 돈 봉투를 받거나 고급 술집에서 접대를 받곤 했기에 충분히 야근수당을 대체하고 있었다. 젊은 나이였기에 그렇게 받는 돈 봉투는 정말 짭짤했다. 그 돈으로 젊은 수컷답게 안마시술소도 가고 퇴폐이발소도 가고 동료들과 술도 먹고 때론 책도 살 수 있었으니 나름 충분히 즐거운 시절이었다. 


옛일에 대한 회고는 이 정도 하기로 한다. 



대한민국은 자기착취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



하고자 하는 말은 대한민국 자체가 자기착취를 통해 자본을 형성하고 기술을 발전시켜온 대표적인 나라였다는 얘기이다. 그 덕분에 오늘에 이르러 세계 유수의 산업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오늘날의 문제는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나라 자체는 그런 식으로 독하게 발전하고 성장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빈부차이는 현저하게 벌어졌고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와는 또 다른 오늘날의 문제



최근 젊은이들을 보면 돈을 모아서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돈은 없어도 ‘소확행’을 즐긴다. 하지만 대우가 괜찮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일자리는 하늘에 별 따기 식이 되고 있어 괴로워한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평균적인 삶의 기대치 역시 덩달아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졌는데, 그런 기대치를 어느 정도나마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정말 어려워졌다. 이게 바로 최근 젊은이들의 비극이다. 이에 반해 예전에는 기대 자체가 없었다, 그저 어느 정도의 생활만 가능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쩔 수 없어서 창업하는 사람들



에서 얘기한 그 작은 사업을 운영하는 젊은이 역시 어쩌다보니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하게 된 경우였다. 이를 두고 나는 창업을 당했다고 표현한다. 


창업을 당한 사람들을 보면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괜찮은 직장을 얻지 못한 젊은 층이고 또 하나는 중년에 퇴직을 한 경우이다. 직장에서 밀려나다 보니 놀 순 없고 창업을 한 것이다. 


어쩌다가 창업을 한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장차 사업의 성공은 둘째 치고 서바이벌 자체가 어렵겠다는 판단이 든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물론 나 호호당 역시 돈벌이에 성공한 사람은 아니기에 이런 말을 하긴 좀 좀 그렇지만 살아오면서 직장 생활로 시작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해왔기에 얻은 경험, 여기에 더해서 그간 상담해오는 과정에서 취부에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을 무수히 들어왔기에 그런 점도 있다. 


글이 길어졌으니 다음 글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오늘 글의 핵심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 가진 것 없이 돈을 벌려면 자기착취가 우선이란 얘기를 했다. 다음 글에서 계속해서 돈 버는 방법에 관한 나머지 얘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