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운명에 대한 그간의 관찰과 연구

 

 

우리 집 강아지는 토종 백구인데 외래종이 섞여서 덩치가 자그마하다. 동작동 살 때 인근에서 생후 일주일 만에 데려온 수놈이다.

 

생일이 2015년 12월 1일, 乙未(을미)년 丁亥(정해)월 辛亥(신해)일이다. 아내가 데려왔기에 생시는 물어보지 못 했다. 그래서 저 놈의 입춘 입추는 어떻게 되지 싶어서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지켜보았다. 그 결과 辛亥(신해)가 입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아침 래더바렐이란 필라테스 운동기구에서 스트레칭을 하려는데 깔판을 대충 딛는 바람에 요란한 소리가 났다. 곁에서 누워있던 강아지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다가 그만 발목이 삐끗했다.

 

강아지는 불편한 발로 현관 쪽으로 도망쳤다. 많이 다치진 않았나 걱정이 되었는데 그러다가 오늘 날이 뭐지? 하고 따져보니 丁亥(정해)일이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辛巳(신사)가 입춘 바닥이니 정해는 그로부터 6일, 殺運(살운)이 들어오는 날이구나, 저 놈의 입춘이 辛巳(신사)이고 입추는 辛亥(신해)가 확실하구나 싶었다.

 

 

강아지 역시 年運(연운)을 봐야 한다

 

 

그런데 강아지는 사람만큼 오래 살 지 못하니 어쩌면 월운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그간의 궁리를 통해 비록 오래 살지 못한다 해도 강아지 역시 연운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 해가 乙巳(을사), 그렇다면 우리 강아지는 최소한 辛亥(신해)년이 되는 2031년까지 아주 잘 지낼 수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만 8년 4개월, 잘 하면 장수 강아지가 될 수도 있으리라. 저 놈 20년 정도 살다 가는 거 아닌가? 하는 기대도 해본다.

 

우리집 첫 번째 강아지는 이름이 ‘가을’이였는데 2001년 10월 14일생이었다. 辛巳(신사)년 戊戌(무술)월 庚戌(경술)일인데 庚辰(경진)이 입춘 바닥이고 庚戌(경술)이 운기 절정인 입추였다.

 

말티즈 잡종이었는데 지능도 높고 성격이 아주 좋았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강아지였는데 당뇨가 심해져서 겨우 10년 만인 2011년 8월 13일에 그만 세상을 떠났다. 그 놈을 보내고 나서 정말이지 그 후 10년은 너무나도 보고 싶고 그리웠다. 하지만 지금도 수시로 그립고 보고프다.

 

 

강아지들과의 한 세월 

 

 

가을이 바람에 아내도 강아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길거리에 유기된 강아지를 두 마리나 데려와서 키웠다. 또복이와 봉이, 하지만 지금은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났고 그 이후 생일을 제대로 아는 강아지가 지금의 바리이다. 태어나서 분양받아 왔으니 우리 집에선 정규직 강아지라 부른다.

 

글을 쓰다 보니 지난 날 가을이와 또복이 봉이, 이렇게 세 마리를 데리고 아들 녀석과 함께 매일 밤 동작동 뒷산 정자로 오르내리면서 산책 다니던 시절이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그 십 년 남짓한 세월은 나 호호당의 삶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한 세월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