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변의 아침 산책길, 하늘 저 푸르름과 보드라운 구름들, 아직은 어리고 여린 억새와 갈대, 말라가는 버들잎, 풀숲 속의 들꽃과 이슬, 하룻밤 사이에 기온이 확 내리니 늦가을 기운 참으로 완연하다. 나 호호당은 "완연하다"는 형용사를 꽤나 좋아한다. 목포의 눈물 2절에 "님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란 가사가 나온다. 그 노래를 들은 뒤부터 그랬다.
억새가 점점 자라고 있다. 며칠 있으면 은빛 머리켤 화려하게 반짝이리라. 아침 빛도 좋지만 저녁 놀빛에 서린 억새와 갈대, 그야말로 한 情調(정조)가 있다. 늘 생각한다, 살다 가는 거야 어쩔 수 없다 하겠으나 이렇게 멋진 빛으로 가득한 세상을 놓고 가야한다는 것이 그저 아쉽다. 그러니 걸어다닐 수 있을 때 많이 보고 즐겨야지 한다. 나 호호당의 가장 큰 소망은 죽기 석달 전까지 세상의 빛을 보면서 내 두 발로 걸어다니는 것이다. 제발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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