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7일 13시 58분으로서 겨울 기운이 고개를 들었다. 입동이다. 고개를 든 겨울이 우리 피부에 와 닿기까진 앞으로 보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니 이제 겨울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비가 온다면 그건 겨울비, 겨울비하면 자동으로 김종서의 "겨울비"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온도가 한 단계 뚝- 한다고 한다. 사진은 아파트 마당에서 오전 10시 경에 찍었으니 입동 4시간 전이었다. 가을의 라스트 씬을 포착한 셈이다. 滿場(만장)한 저 낙옆들은 개별 잎사귀들의 시체 또는 주검일까, 아니면 나무의 죽은 세포들일까? 늘 이맘때면 물어보게 된다, 어디까지가 오롯한 개체의 생명인지에 대해. 하나의 생명으로서 다 했다면 弔問(조문)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나무가 알뜰하게 쓰다 버린 일부 조직이라 한다면 굳이 그럴 것 까진 없을 것이니 말이다. 늘 헷갈리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강아지는 낙옆위를 킁킁 거리며 쉬야를 하고 있었고 아빠는 생명 여부를 놓고 사뭇 철학을 했다. 입동 직전의 마지막 가을 앞에서. 

 

뭔가 지나갈 것도 같은데... 그냥 그대로인 것도 같은데, 잠깐 생각해보니 "2021 가을"이란 친구가  방금 지나갈 참이었다. 7일 아침 10시 경이었다. 어제와 오늘은 사실 차이도 없는데 왜 차이를 느끼는 걸까? 아침마다 강아지와 함께 지나던 길이라 더더욱 차이라곤 없는데, 가을에서 겨울이라고 단어 하나, 명패 하나 바뀔 뿐인데 왜 나는 심각한 척을 하는 건지, 물론 조금은 진지한 자세도 갖추긴 했지만 말이다. 인간은 공연히 뭔가를 놓고 구별하고 구분하길 좋아하는 고질적인 습성이 있는데 그걸 달리 논리 또는 지성이라 하기도 하니 자화자찬같기도 해서 조금 민망하다. 그냥 서늘한 공기와 바람 속에서 눈앞의 장면을 새겨두면 될 터인데 왜 카메라질을 하고 있는지 그 또한 알기 어려운 입동 직전의 아침이었다. 

 

글을 쓰는 이 시각 새벽 1시 35분은 이미 겨울 속으로 들어와 있다. 커몬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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