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바탕으로 기분 가는 대로 밝게 칠해본 그림이다. 늘 뭘 그릴까 생각한다. 그러다가 오늘은 이 이미지가 마음을 끌었다. 밝은 남프랑스의 햇빛, 한 때 아비뇽의 幽囚(유수)라고 조롱을 받던 사건이 옛날에 있었다고 하는 바로 그 아비뇽의 성당이다.
1309년부터 1377년까지 교황청이 프랑스 국왕의 위세에 눌려 로마에서 아비뇽으로 가서 지냈던 일이다. 교황은 프랑스 국왕의 똘마니 역할을 했던 모양인데, 그럼에도 아비뇽에서 교황청 사람들은 잘 먹고 잘 놀았다고 하니 그렇게 나쁜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이 그림의 포인트를 말하면 강물 위의 밝고 견고하며 심플한 건물의 모습과 물에 비쳐서 잘게 부숴지면서 복잡한 형태를 보이는 건물 그림자의 대비이다. 하늘은 그냥 연하고 부드러운데 빛은 강물 위에서 옆으로 엷게 슬라이싱되고 있다. 아비뇽, 가 본 적이 없다, 아마도 갈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세상 안에서 살다 가는 게 그저 좋을 뿐이다. 내게 있어 빛은 마스터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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