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아침, 찍은 시각을 보니 오전 9시 39분이다. 양재천을 따라 산책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만난 상쾌한 초여름 풍경, 앞에 보이는 저 먼 봉우리는 청계산 매봉이다. 오른 쪽에 양재천이 흐르고 있지만 여기에선 보이지 않는다. 그날 이렇게 계속 더워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는데 일요일부터 연 사흘 비가 오면서 서늘해지니 이건 듣도 보도 못한 봄 장마가 아닌가, 기분마저 울적해져서 상쾌한 날씨가 그리워진다. 이에 이 사진을 올린다. 독자님들도 울적하시다면 이 사진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가늘게 때론 좀 굵게 진종일 내리는 안개비. 어린이날이고 입하인데 아이들은 실망이 크겠다. 서울 어린이 대공원 등지에 아무래도 입장이 적으리라. 테니스장엔 운동하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그냥 한 게임 하는데 말이다. 잠깐 나가서 비오는 경치를 즐기다가 들어왔다, 내리는 비에 맨발을 내밀어 적시면서 장난질도 했다. 어릴 적에 많이 하던 놀이인데. 단지내 병꽃나무에 꽃들이 만발이고 장미도 한 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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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험무대에 들어선 우리 대한민국

 

 

옛날에 소련이라고 하는 강대국이 있어 미국과 기싸움을 하면서 대치국면을 이어갔는데 이를 냉전, 차가운 전쟁이라 했다. 두 강대국이 정면에서 싸우진 않았기 때문인데 그 바람에 여기저기에서 일종의 대리전이 발발했으며 6.25 전쟁 또한 그 부류에 속한다.

 

그 이후 남한은 미국의 지원을 받았고 북한은 소련의 지원을 받으면서 첨예한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우리 대한민국, 즉 남한은 그런 치열한 긴장 속에서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받아 산업국가이자 수출국가로 일어서는데 성공했으며 1994년엔 경제선진국 클럽인 OECD에도 가입했다. (반면 북한은 자위용 핵무기만 개발했을 뿐 그만 낙후되고 말았다.)

 

1992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독무대가 펼쳐지자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원료의 조달과 제품의 생산, 물류 등의 공급망을 재편성했고 그 과정에서 크게 재미를 본 당사자는 바로 중국이었다. (물론 우리 대한민국 역시 그 흐름에서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고 나름 충분히 이득을 챙겼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FTA 체결도 그 일환이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크게 약진한 중국은 2010년 중반에 들어서자 미국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이에 미국과 중국은 첨예한 라이벌 관계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202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을 새롭게 만들어가기 시작했으며 그 중에는 반도체와 2차 전지가 당연히 포함되었다.

 

그간의 이런 흐름을 우리 국운의 흐름과 연관을 지어 크게 나누어보면 이렇다.

 

1964-1994 (30년)

 

1964년은 우리 국운 60년 순환의 입춘 바닥이자 새로운 출발점이었는데 이 시기부터 30년, 즉 1994년까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시기 동안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놀라운 속도로 산업강국으로 성장했으며 동시에 민주화도 이룩했기에 대성취의 시기였다.

 

1994-2024 (30년)

 

1994년은 우리 국운 60년 순환에 있어 기의 정점인 立秋(입추)였으며 그 이후 30년간 나름 풍요의 세월 속에서 양극화 저출산 등등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생겨났으며 동시에 중국의 추격을 받는 가운데 수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왔다.

 

 

향후 30년의 스케치

 

 

그렇기에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해서 현재 우리 상황을 성찰해보고 또 그를 기초로 해서 앞으로의 30년, 즉 2024년부터 2054년까지의 일을 간략하게 전망해볼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먼저 주변국들과의 관계이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우리를 지원하고 편들어주던 큰 형님이 아니란 사실이다. 그건 1992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끝났으며 그 이후 대등한 협력국으로서의 관계로 변화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좀 더 이해에 민감한 쪽으로 미국이 변해해가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본, 과거 우리를 강제 합병했던 舊怨(구원)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 사실상 두 나라의 실력 차이가 없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더 이상 과거의 감정보다는 실리에 바탕을 두고 상호간의 협력과 발전을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라 본다.

 

북한은 더 이상 우리의 경쟁 세력이 아니다, 외부에서 위협을 가하지 않는 이상 북한이 그토록 자랑하는 핵전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따라서 우발적인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가운데 현 김정은 체제가 이어지는 평온한 관계를 이어가는 게 좋다고 여긴다.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있어 우리 측을 저들의 휘하로 복속시키고자 하는 열망과 야심을 품고 있다. 하지만 독재체제의 중국과 우리의 자유민주체제와는 너무나도 이질적이기에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또한 협력과 함께 많은 마찰도 예상된다.

 

러시아는 사실 우리와 경제협력을 하게 될 경우 피차간에 얻을 이익이 굉장히 크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속적으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어 미국과 유럽의 견제를 받는 한 우리가 나서서 관계를 크게 개선하긴 어렵다. 하지만 현 푸틴 체제가 언젠가 물러갈 경우 가능성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과 인도는 앞으로도 우리 경제가 나름 뻗어갈 가능성이 큰 공간이 될 것이라 본다.

 

우리의 경쟁력을 한 번 보기로 한다.

 

우리의 경우 반도체에 대한 편중도가 절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생산시설을 미국 현지화할 경우에도 적지 않은 마이너스 요인이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2차 전지의 경우 아직 안정된 상황이 아니란 점과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이란 큰 라이벌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앞날이 순항하리라 쉽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방위산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아직까진 그렇지만 글로벌 전체적으로 우리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터키나 인도가 라이벌인데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우리가 안정적이다.

 

여타 자동차라든가 조선, 화학 등은 어느 정도 경쟁력 유지를 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이를 토대로 해서 2024년부터 2054년까지의 상황을 한 번 러프하게나마 예상해보자.

 

기간 중에 있을 수 있는 큰 변수부터 얘기해보자.

 

1. 북한 김정은 체제의 급작스런 변고 발생

2. 중국 경제의 급격한 하락 또는 붕괴.

3. 글로벌화의 급격한 쇠락으로 인한 수출시장의 위축과 미국의 비우호적인 압력.

4. 우리 내부의 문제로서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조정과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시장의 지속적 위축.

5. 미국의 부채 문제, 현재 글로벌 경제의 축인 미국 경제는 미국의 엄청난 국채발행 물량을 저금리 일본의 엔캐리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는 중동 지역의 위기발생으로 인한 유가 상승 문제와 함께 전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런 변수들과 함께 앞에서 얘기한 우리 경제의 경쟁력 문제들이 얽혀서 향후 30년간의 상황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다음에 기회를 봐서 오늘의 이 주제와 관련해서 나 호호당이 내심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안건들을 털어놓을 기회도 있을 것이다.

 

일요일 오후, 아침부터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겨본다.

 

오늘 아침 달력 한 장을 찢어서 내렸다. 5월이다. 어린이날이 여름으로 들어서는 입하가 된다. 하기야 4월에도 더웠는데 5월인들 덥지 않겠는가. 은근 걱정도 된다. 화창하되 무덥지는 않은 게 초여름 날씨인데 말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테니스장에 한낮에도 테니스를 하고 있고 양재천 길가엔 배낭을 메고 걷는 이도 실루엣으로 보인다. 개천 저편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도 보인다. 운동하기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세상이 온통 녹색이 되었다. 신록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