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아침, 찍은 시각을 보니 오전 9시 39분이다. 양재천을 따라 산책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만난 상쾌한 초여름 풍경, 앞에 보이는 저 먼 봉우리는 청계산 매봉이다. 오른 쪽에 양재천이 흐르고 있지만 여기에선 보이지 않는다. 그날 이렇게 계속 더워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는데 일요일부터 연 사흘 비가 오면서 서늘해지니 이건 듣도 보도 못한 봄 장마가 아닌가, 기분마저 울적해져서 상쾌한 날씨가 그리워진다. 이에 이 사진을 올린다. 독자님들도 울적하시다면 이 사진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가늘게 때론 좀 굵게 진종일 내리는 안개비. 어린이날이고 입하인데 아이들은 실망이 크겠다. 서울 어린이 대공원 등지에 아무래도 입장이 적으리라. 테니스장엔 운동하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그냥 한 게임 하는데 말이다. 잠깐 나가서 비오는 경치를 즐기다가 들어왔다, 내리는 비에 맨발을 내밀어 적시면서 장난질도 했다. 어릴 적에 많이 하던 놀이인데. 단지내 병꽃나무에 꽃들이 만발이고 장미도 한 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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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달력 한 장을 찢어서 내렸다. 5월이다. 어린이날이 여름으로 들어서는 입하가 된다. 하기야 4월에도 더웠는데 5월인들 덥지 않겠는가. 은근 걱정도 된다. 화창하되 무덥지는 않은 게 초여름 날씨인데 말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테니스장에 한낮에도 테니스를 하고 있고 양재천 길가엔 배낭을 메고 걷는 이도 실루엣으로 보인다. 개천 저편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도 보인다. 운동하기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세상이 온통 녹색이 되었다. 신록의 계절이다. 

며칠 전 비내리던 날 아파트 주변에서 만난 놈들이다. 새로 나온 신록의 애들이 비에 젖어 사정없이 싱그러웠다. 에고, 저 싱싱한 놈들 좀 보소, 그러니 늙은 나는 어쩌란 말이냐! 하며 잠시 한숨도 지었다. 자연의 순환, 생명의 순환, 저 정연하고 어김없는 질서 속에서 나 호호당은 시간의 강물에 몸을 맡길 뿐이다. 

 

발바닥이 많이 좋아져서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부지런히 걸어보고 있다. 오늘 아침 8시 40분, 집 근처의 서초문화예술공원이다. 황톳길은 아니지만 맨발 걷기하는 흙길이 있어서 최근에 다니고 있다. 올 가을엔 황톳길도 조성한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 아직 봄이지만 초여름 특유의 아침 안개가 풀밭에 서리고 있다. 상큼한 느낌이 좋았다. 

 

 

어젯 밤 보름이 지났음에도 달빛이 여전히 휘황했다.  양재천으로 산책을 나가다가 분위기가 좋아서 찍었다. 당연히 내 눈에 들어온 그 광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독자님들에게 심정만이라도 전달해보고 싶어서 올린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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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부터 비가 내렸다. 집에서 산책에 나서는 초입이다. 푸른 것들이 정말이지 난리도 아니다, 어쩜  저렇게 사정없이 싱그러울까!  평범한 경치, 하지만 화려한 생명의 잔치가 바로 집앞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젖은 보도블록의  붉은 색이 진해서 홍록의 아름다움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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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걷지 못해서 근력이 확 빠졌고 이에 발이 좀 좋아져서 걷기훈련을 한다. 아직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열심히 애를 쓴다. 오늘은 비바람이 제법 거세다. 아파트 건너편 우면산 아래 쪽으로 한바퀴 돌고 오는데 저만치서 사람이 걸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파리바게트의 흰 봉투였다. 뒷쪽에 보이는 아파트 바로 앞의 가게에서 사들고 오는 것이다. 오른쪽 노랑꽃, 황매화의 계절이다. 

 

 

단지 보도블럭 위로 비가 조금 고여서 번들거린다. 사진 찍을 땐 몰랐는데 앞에 가는 저 청년은 종아리를 다쳤나 보다. 젊었으니 다칠 만도 하고 회복도 잘 될 것이다. 나 호호당은 저렇게 다칠 여유가 이젠 없다. 조심해서 다녀야 한다. 늦은 봄의 비바람이 아련한 정취를 불러와서 잠시 이런저런 추억 속으로 길을 거닐었다. 오늘 오후 또한 늦봄의 한 절정이다. 

 

민들레 홀씨 날리는 계절이다. 저 가벼운 것들이 바람에 실려 날아가서 어딘가 뿌리를 내리면 피어날 것이고 아니면 그냥 사라질 것이다. 생명이란 진저리치도록 집요한 것, 이 세상은 서로마다 살고자 아우성치는 곳, 자연의 질서란 저런 것이다.  물론 우리들은 그 속에서 다른 감정도 가져본다, 박미경의 노랫말처럼 말이다.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민들레 홀씨 또한 순간 스쳐가는 계절의 이야기이자 사랑의 이야기이다. 음미해보자는 얘기이다. 

 

아파트 옆에 설치된 소화전인데 지나가다가 만나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속으론 사람도 아닌데 자꾸 인사를 하게 되네, 하면서 미소를 짓게 된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양팔을 벌리고 서있으니 영락없이 어떤 인격이 있어보이지 않는가! 키가 좀 작을 뿐 어려보이진 않는다. 성은 소씨이고 이름은 화전인 모양이다. 

 

금요일 19일이 곡우가 된다. 저처럼 푸른 봄 하늘 아래 나무들이 보여주는 저 색깔, 때깔, 한 해를 통해 딱 한 번 보게 된다. 바쁘고 다른 일에 눈이 팔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런 장면들이야말로 놓칠 수가 없는 한 절정이란 것을 절로 알게 된다. 진짜 알고 나면 우리 모두 매 순간 절정을 살아가고 있음도 알게 된다.  호호당은 늘 물어본다, 유한과 무한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절충점이 무엇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