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비내리던 날 아파트 주변에서 만난 놈들이다. 새로 나온 신록의 애들이 비에 젖어 사정없이 싱그러웠다. 에고, 저 싱싱한 놈들 좀 보소, 그러니 늙은 나는 어쩌란 말이냐! 하며 잠시 한숨도 지었다. 자연의 순환, 생명의 순환, 저 정연하고 어김없는 질서 속에서 나 호호당은 시간의 강물에 몸을 맡길 뿐이다. 

 

전화로 상담을 하던 분이 물었다. “이건 개인적인 호기심이자 궁금증인데요, 저도 공부를 좀 해봤지만 사주명리학이 나름 합리성이 있는 것은 같아요, 그런데 태어난 시에 따라, 즉 생년월일시에 의해 어떤 사람의 운명이 정해진다는 것이 과연 그럴까요?, 개연성이 있느냐 하는 궁금증입니다.”

 

좋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나 호호당이 40 년 전에 가졌던 궁금증이기도 하다.

 

좋은 시에 태어났기에 재주도 있고 성공하는가 하면 나쁜 생년월일시에 태어났기에 평생 별 볼 일 없이 후지게 살아간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나? 하는 생각, 너무나도 비합리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주변을 볼 것 같으면 부모님이 공부를 잘 했거나 두뇌가 우수한 경우 그 자녀도 그를 닮는 경향이 있다. 아니 그걸 떠나서 부모가 잘 생겼으면 그 자녀도 그렇게 닮는다. 그런데 태어난 때가 좋지 못해서 부모는 잘 생겼음에도 그 자녀는 안 생겼다? 이건 좀 그렇다.

 

하지만 이 질문과 궁금증은 그간 많은 연구와 상담 경험을 통해 이미 충분히 답이 주어졌고 해소되었다, 적어도 나 호호당 개인적으론 그렇다.

 

태어나는 때 자체가 그냥 우연이 아니라 나름의 필연이란 사실을 나 호호당은 무수히 검증했고 실감해왔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부부와 그 자녀들의 사주를 함께 볼 때도 많은데, 이럴 경우 부모와 자녀 사이엔 운명학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음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상담을 하는 도중에 아들의 사주를 보게 된 적이 있다. 무심결에 “이 아이는 아주머니라면 몰라도 아빠의 아들이 아닌 것 같네요, 허 참!” 하고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잠시 후 그 아주머니가 어깨를 들썩이며 왈칵-하고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하고 물어보니 그 아주머니 답하길 아들은 남편의 자식이 아니라 다른 남자의 핏줄이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 나는 절대 자녀 사주를 볼 때 두 사람 사이의 자녀가 아닌 것 같아도 정작 본인이 속내를 밝히지 않으면 그냥 속으로만 새기게 되었다.

 

나 호호당의 경우 새벽 壬寅(임인)시에 태어났는데 이 또한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주와 연관을 지어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만일 어머니의 체력이 약간 약하셨다면 두 어 시간 뒤인 癸卯(계묘)시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뿐만 아니라 태어난 달이 癸未(계미)월인 것도 태어난 날이 丁亥(정해)일인 것도 모두 부모님들의 사주와 연관 속에서 나 호호당의 사주가 그렇게 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나는 때, 즉 생년월일시는 랜덤, 무작위가 아니다, 절대 그렇지가 않다. 그렇기에 그 사주 속에는 부모만이 아니라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어떤 氣脈(기맥)이 연결되고 있다고 봐야 하겠으니 그런 면에서 보면 산의 주된 봉우리로부터 내려오면서 穴(혈)자리를 찾는 風水(풍수)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고 하겠다.

 

발바닥이 많이 좋아져서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부지런히 걸어보고 있다. 오늘 아침 8시 40분, 집 근처의 서초문화예술공원이다. 황톳길은 아니지만 맨발 걷기하는 흙길이 있어서 최근에 다니고 있다. 올 가을엔 황톳길도 조성한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 아직 봄이지만 초여름 특유의 아침 안개가 풀밭에 서리고 있다. 상큼한 느낌이 좋았다. 

 

 

어젯 밤 보름이 지났음에도 달빛이 여전히 휘황했다.  양재천으로 산책을 나가다가 분위기가 좋아서 찍었다. 당연히 내 눈에 들어온 그 광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독자님들에게 심정만이라도 전달해보고 싶어서 올린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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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기를 죽이며 살아가고 있어서 

 

오랜 기간 운명과 운세를 상담해왔다. 2001년 초에 시작해서 작년 말 몸이 불편해져서 사무실을 닫고 좀 쉬고는 있지만 지금도 간간히 전화상담에 응하고 있다. (빨리 회복해서 오는 가을부터는 다시 사무실을 열고자 한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대화를 나눴으며 나름의 어드바이스를 주었다. 그런데 상담하는 과정에서 늘 느낀 것 중에 하나로서 사람들이 스스로 기를 죽이며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상담 손님 중에는 이른바 재벌도 있었고 그룹사 사장도 있었으며 크게 성공한 중소기업가들도 많았다.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변호사 등등 나름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고 성취했으며 상층에 속하는 사람들도 실로 많았는데 그들 역시 그다지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지 않고 분명 보통 이상의 수준이건만 스스로를 중하위로 치부한다거나 괜찮은 삶을 살고 있음에도 스스로 하찮은 인생이란 식의 자기평가를 하는 경우 또한 너무나 많았다. 나이가 든 세대들에 비해 연령대가 내려올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다.

 

그 바람에 운세 상담도 상담이지만 그에 앞서 찾아온 사람의 기를 살려주는 말을 해줄 때가 더 많았다. 그 정도면 아주 괜찮은 겁니다, 그게 어때서요?, 절대 하위권이 아닙니다, 진짜 하층의 삶이 어떻다는 것을 보지 못해서 그런 생각 하시는 겁니다, 등등.

 

 

경쟁 과잉, 비교 과잉의 우리 사회

 

 

왜 그럴까?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고 지금도 하고 있다. 다른 나라나 문화권에 가서 살아보지 않아서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는 상호간의 비교가 너무 심한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미디어, 특히 드라마를 보면 보통 또는 평균이란 것의 수준을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상 상위층의 생활을 마치 보통 사람의 것인 양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다 누리는 평범한 삶? 

 

 

상담을 오신 분이 약간 투정 조로 얘기한다, 남들 다 누리는 평범한 생활을 저는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부드럽게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반응을 해주곤 한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평범한 생활, 보통의 삶이란 거 고루 다 누리고 가는 사람을 저 호호당은 여태껏 본 적이 없습니다.

 

가령 평범한 삶이란 것을 구성하는 요소가 7개라고 해보자. 그걸 다 가지고 다 누리는 사람 없다는 얘기이다.

 

비근한 예로 천하의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72세에 쓰러진 뒤 6년간 의식불명 상태에서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보통 사람들 다 누리는 80년의 삶도 채우지 못했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셀럽들 역시 생애 전체를 들여다볼 것 같으면 평생 순탄한 삶을 이어가는 이는 절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러 평생 꽃길만 걸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없진 않겠으나 그 또한 속사정을 들여다볼 수 없기에 그럴 뿐이다.

 

평범 또한 그렇다. 흔히 말하는 서울인 대학에 대기업, 자가 아파트에 결혼해서 자녀를 낳았으며 외제차 굴리는 평범한 삶은 절대 평범한 삶이 아니다. 거기에 건강과 장수, 자식들 잘 되고 잘 준비된 노후, 그러면서 80-90까지 잘 살다가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이다.

 

 

절로 굴러가는 자연과 운의 수레바퀴 

 

 

60 년에 걸쳐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거치면서 이루어지는 운의 순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五福(오복)을 고루 누린 사람은 나 호호당 생각에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다. 객관적으로 확률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평범하고 보통의 삶이란 결국 

 

 

그렇다면 어떤 것이 평범한 삶인가 하고 묻는다면 이제 답을 하겠다.

 

어딘가 이지러지고 구겨진 구석이 있는 삶, 어딘가 결핍된 구석이 있는 삶,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모를 순 있겠으나 그런 삶이야말로 평범하고 보통의 삶이다. 그런 결핍과 아픔을 이고 안고 애쓰며 발버둥치는 삶이야말로 바로 평범한 삶이고 보통의 삶인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이 세상 가장 비천하고 초라한 자도 독자님보다 나은 구석이 반드시 있다는 얘기이며 일론 머스크나 빌 게이츠와 같이 엄청난 거물들도 독자님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는 구석을 안고 아파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이다.

 

 

꽃길만 걸으세요 하는 그 고운 마음

 

 

가끔 누군가를 향해 이젠 꽃길만 걸으세요! 하고 성원을 하기도 한다. 그 마음 너무나도 곱고 아름답다. 그런데 세상에 끝까지 그런 길은 없으니 그 이유를 묻는다면 세상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지 않기에 그렇다고 답하겠다.

 

어쨌거나 한 번 주어진 삶, 끝까지 가는 데까지 열심히 걸어가 봐야 한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