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촉박한 현안 

 

 

이렇게 가면 향후 멀지 않아서 우리나라 대기업은 거의 모두 주인이 없어질 판이다.

 

어느 경영학자의 글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 이른바 재벌의 오너의 지분은 평균 10% 미만인데 65%의 상속세를 내고 나면 지분이 3.5%도 채 남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도 지분으로는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비상장사와 계열사를 동원하는 식의 편법을 통한 상속과 경영권 승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대개 이런 식의 주장을 할 때면 으레 재벌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이행이 필요하다는 것 아울러 상속 받는 이의 경영 능력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말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런 얘기야 해보는 소리에 불과하다. 경영 능력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사후적 판단에 불과한 것이고 가진 자의 사회적 책무란 것도 기준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골치 아픈 얘기에 그친다.

 

 

주인 없는 기업이 잘 될 리 없으니 

 

 

진짜 중요한 대목은 주인 없는 기업이 될 경우 경영이 잘 될 리 없다는 점이다. 이는 상식 중에 상식이다.

 

그런가 하면 예컨대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은 국민들에게 하는 공포 마케팅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제법 된다. 일리가 있는 얘기라 본다. 그리고 그들의 말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자를 보면 사업이라곤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진보 진영의 인사거나 아니면 학자들이란 점이다.

 

그들의 말대로 과연 공포 마케팅에 불과한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 또한 긍정하기 어렵다.

 

우리 국민들의 정서 상 부의 대물림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맹렬히 진행된 현 시점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기에 정치권 쪽에서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설 수가 없다.

 

 

쉽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어서 그냥 이대로 흘러갈 공산이 커보인다. 

 

 

따라서 재벌의 상속세 인하 문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마냥 그냥 이대로 세월만 흘러갈 공산이 크다.

 

장차 이 문제는 어떻게 될까?

 

나 호호당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면 그 어느 길도 답이 아닐 거란 생각이다. 상속세율이 그냥 유지되는 바람에 주인 없는 기업이 되어 소위 외부 인사들의 잔치판이 되어 쇠락해가거나 반대로 설령 상속세율이 완화되어 상속을 받게 된다 해도 재벌 3세 정도가 되면 할아버지나 부친과 같은 경영 능력을 지니기란 확률적으로 희박하다고 보기에 역시 결과는 앞의 경우와 비슷할 것이란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해결 방안은 없을 거란 것이 나 호호당의 판단이다.

 

 

역사책을 뒤져보면 

 

 

역사책들을 뒤져봐도 과거 대제국들도 3대 째에 가면 으레 위기가 찾아왔다. 이 경우 그냥 몰락하거나 또는 누군가 능력 있는 자가 내부 쿠데타를 통해 바통을 이어받으면 다시 중흥하게 되고 그러면 그 이후론 제법 오래 지속되는 제국과 왕조의 패턴이다.

 

이런 경우 나 호호당이 늘 관심 있게 연구해보는 케이스가 하나 있으니 중세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인데 수백 년간의 영광을 이어간 이 명문 집안 역시 대중의 질시와 미움을 받은 끝에 나라밖으로 추방당하기도 하면서 무수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계승자 중엔 무능한 자도 많았고 병약한 자도 많아서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부를 이어가는 것이 실은 비정상이어서

 

 

일반 사람의 심성이란 것이 그간 혜안을 가진 현인들의 말에 의하면 나보다 더 가진 자를 미워하거나 아니면 두려워하기 마련이어서 가진 자 역시 그 재산과 지위를 이어가기란 실로 어렵다. 우리 주변의 부자들을 봐도 대개의 경우 당대에 그치고 2세만 되어도 상속받은 것을 까먹고 살다가 몰락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니 부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실은 비정상이라 하겠다.

 

 

우리의 걱정은 재벌들의 안위에 관한 것이 아니란 사실

 

 

문제는 재벌들의 안위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부를 이어가던 말든 솔직히 우리들로선 아무런 관심이 없다. 다만 문제는 우리 경제 구조 상 재벌 대기업들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편중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듯이

 

 

약간 말머리를 돌려보면 우리 경제의 오랜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수출 편중의 경제 구조란 점이다. 내가 기억하기도 1980년대 중반부터 끊임없이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온 안건이다. 수출 비중이 너무 크니 내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인데 그 역시 空念佛(공염불)에 불과했다.

 

우리 경제는 그냥 여전히 수출과 수입 즉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이고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단 하나 돌파구는 남북이 통일되어 인구가 1억을 넘어서는 것밖에 없다.)

 

그처럼 재벌 편중의 경제구조 역시 그동안 무수히 지적되어 왔지만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런데 앞의 문제와 다른 점은 이제 상속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고 그런 면에서 실은 보다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건강한 기업생태계란 일종의 신기루 같은 것이어서

 

 

재벌이나 대기업이 등장했다가 때가 되면 쇠락하고 그 뒤를 이어서 또 다른 정력적이고 혜안을 갖춘 능력자가 등장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그런 과정을 통해 국가의 번영을 지속해간다면 그 얼마나 좋으랴! 실로 理想(이상)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게 결코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기존의 강자가 사라져가고 뒤이어 새로운 기술과 더불어 신흥 강자가 등장하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갖춘 나라는 어떤 면에서 미국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그건 미국 특유의 현상이기도 하다.

 

 

일본이 우리에게 뒤쳐지고 있는 이유 역시 주인없는 기업 때문

 

 

과거 20년 사이에 보면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경영 능력은 이제 이웃의 일본을 거의 넘어서고 있다고 해도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왜 우리는 약진을 거듭해온 반면에 일본은 답보 또는 후퇴를 거듭하고 있을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많은 것들이 있지만 결국 일본의 대기업들은 주인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일본이라고 해서 인재가 없을 리 만무할 것이고 맡겨만 준다면 경영능력이 뛰어난 인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이 없는 기업은 아무리 많은 인재가 모여 있어도 결과적으론 내부 정치판이 기업의 결정과 방향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과거 전 세계 시장을 휩쓸던 소니가 오늘 날 저처럼 몰락하리라곤 과연 그 누구인들 상상이나 했겠는가.

 

 

우리 역시 일본 대기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크다는 점. 

 

 

그런데 우리 대기업들 역시 이대로 가면 대마불사란 말처럼 기업은 살아남을지 몰라도 머리가 없는 공룡이 되어 결과적으로 잘 해야 일본 대기업 꼴이 날 것이라 본다. 아니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져서 몰락하던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가 대응을 잘 하는 바람에 국민적 자긍심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실은 우리 앞에 놓여있는 어려움들은 이제 머리를 들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또 그 어려움은 실로 첩첩한 산의 연속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이제 새로운 운의 주기를 맞이할 때가 된 우리 대한민국

 

 

運(운)이란 것이 있다. 한 개인의 삶에도 존재하지만 단체나 기업 나아가서 나라에도 영고성쇠가 존재하니 그게 바로 운이란 것이다.

 

운은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해서 변화해간다. (뿐만 아니라 그 60년을 여섯 개로 해서 360년에 걸쳐 변화해가는 더 큰 주기의 운도 있다.)

 

이처럼 운의 주기는 대단히 규칙적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운은 1964년에 입춘을 맞이하였고 그로부터 우리는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하지만 이제 또 다시 4년 뒤가 되면 입춘이 된다. 그렇기에 얼마 안 있어 그간에 누적된 각종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불거져 나오는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문제점들 중에 재벌의 승계와 상속 문제 역시 우리 경제의 앞길에 있어 대단히 커다란 숙제로 남아있다. 그간 이런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이젠 한 번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얘기를 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문제가 되는 시점에서 좋은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존재한다면 그건 문제가 아니란 얘기가 된다. 오늘의 문제 역시 뚜렷한 해법은 없다. 그저 시간 속에서 세월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귀착이 되어갈 것이라 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경제의 향후에 있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디 아무쪼록 조금은 더 나은 쪽으로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