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가장 건강한 때는 언제일까요?
추분이 지났다. 이제 낮이 밤보다 짧아질 것이다. 한 해를 하루로 본다면 이제 날이 저무는 저녁이 되었다. 이로서 한 해의 생산이 사실상 끝이 났고 다음 달 이맘때에 가서 수확하는 일만 남았다.
나뭇잎들은 이미 마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로서 시작해본다. 나무가 가장 건강한 때는 한 해를 통해 어느 때일까요?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 신록이 나온 뒤 나뭇잎이 날로 무성해지는 초여름 혹은 여름이라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다. 나무가 가장 건강한 때, 영양분을 가장 많이 비축하고 있을 때는 낙엽이 진 직후인 11월 초가 된다. 이 무렵 나무는 여름내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한껏 비축해둔 상태이고 뿌리로부터 끌어올린 양분도 최대치에 달한다. 그래서 가장 영양상태가 좋다.
엽록소 역시 일종의 양분이기에 더 이상 광합성을 할 필요가 없어지면 그 또한 잎사귀에서 자신의 몸속으로 거두어들인다. 그러면 나뭇잎도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이게 바로 단풍의 시작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무의 영양상태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바로 낙엽 직후인 11월 초의 立冬(입동) 무렵이다.
이는 농부들이 10월 하순 상강에 시작한 수확을 11월 초 입동으로서 거의 끝내고 곳간에 쌀을 잔뜩 쌓게 되는 것과 전적으로 동일하다. 물론 오늘날엔 곳간에 쌓아놓지 않고 즉각 시장에 내다팔고 그 대금을 통장에 입금시킨다.
나무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11월 초로서 가장 건강한 법이니
나무가 가장 부유한 때가 11월 초의 입동인 것이고 농부 역시 같은 때에 가장 부유하다. 산과 들의 새는 물론이고 겨울을 나는 모든 생명들이 이 무렵에 가장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하다.
낙엽이 진 나무는 보기엔 앙상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그건 우리의 착각이다. 바로 그 때가 한 해를 통틀어 나무가 가장 부자란 사실. 나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젠 나 일 안 해, 일 할 필요가 없고 그간에 실컷 벌었으니 이제 당분간 그러니까 봄이 와서 다시 새 잎사귀를 만들 때까진 놀고 먹을 거야”하고 얘기할 것이다.
천지만물, 당연히 우리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추분으로서 생산이 결정되고 그로서 서서히 수확을 준비하는 것이고 이것이 11월 초의 입동이 되면 가장 부유한 상태에 도달한다. 이게 바로 自然循環(자연순환)의 원리이다.
우리 대한민국 역시 국운의 입동인 2009년에 가장 풍요로웠으니
우리 대한민국은 2009년으로서 60년 순환에 있어 立冬(입동)을 맞이했다. 그때가 입동이었기에 바로 그 무렵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부유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개개인의 운명 또한 그러하다. 입동으로서 그간에 생산한 모든 것을 수납한 상태에 되기에 가장 풍요롭고 부유하다. 꼭 돈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권세와 명망 등등 모든 것을 포함해서 그렇다.
그렇다면 나무가 가장 빈곤한 때는 언제?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자. 나무가 한 해를 통해 가장 부실한 때는 언제일까? 하는 질문이다.
정답은 앞의 얘기와 반대로 답하시면 된다. 11월 입동 무렵 낙엽 졌을 때가 가장 부유했다면 그로부터 6개월 전 혹은 후, 즉 5월 초의 立夏(입하)가 정답이다.
초겨울 무렵에 가장 영양상태가 양호했던 나무는 이제 더 이상 양분을 만들지 않고 쉬면서 겨울에서 이듬해 늦은 봄까지 비축한 양분으로 살아간다. 소비로 일관하는 것이다.
초봄을 알리는 立春(입춘), 양력으로 2월 초가 되면 양분 비축분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런데 이 무렵에 갑자기 어떤 위기를 감지한다. 비축된 영양분을 마냥 다 소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늦은 봄에 새 순을 만들고 새싹을 틔워내고자 하면 그 또한 별도의 영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량의 비축분은 소비하면 안 되고 끝까지 간직해야 하는 것이다.
늦은 봄과 초여름의 위기
당장 힘이 빠져 가는 판국에 일정량의 영양분은 새 잎사귀를 만들어 생산용으로 투입하기 위해 남겨 두어야 하니 당연히 갈등도 생길 것이다. 이에 5월 초의 입하 무렵이면 나무의 내적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는 마치 예전에 5월 초에서 중순 무렵이면 곡식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맞이했던 이른바 ‘보릿고개’와도 같다 하겠다.
우리들은 초여름이 되어 나무들이 일제히 신록을 가지에 매달게 되면 아, 푸르다, 싱그럽다, 아름답다는 탄성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때 나무는 가장 허약한 체질인 것이고 그야말로 이판사판의 경계에 서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배고픈 권투선수 즉 ‘헝그리 복서’의 때라고 나 호호당은 수시로 얘기한다. 올 해 7월 2일자로 올린 글 “立夏(입하), 물질적으로 가장 빈한한 때”란 글을 찾아서 다시 읽어보셔도 좋을 것이다.
입하는 생산을 시작하는 때이자 가장 배고픈 때이다. 생산을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 배부르게 되진 않는다. 나무로 말하면 광합성을 통해 생산된 양분 그리고 뿌리로부터 올린 양분을 최소한으로 소비하고 최대한 비축하기에 바쁘다. 나중에 잘 살려면 아껴야 하는 것이니.
우리 대한민국 국운에 있어 입하는 1979년이었다. 그러니 그 무렵 우리는 그야말로 가장 가난했던 것이고 동시에 안간힘을 다해 생산에 매진했었다. 그리고 30년이 흘러 2009년 국운의 입동이 되어 최대치의 풍요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실질적인 생산과 성장이 멈춘 지 10년이 흘렀으니
立冬(입동)으로서 영양비축이 최대치에 달한 나무는 이제 소비를 통해 겨울을 보낸다. 우리 대한민국 역시 2009년 국운의 입동이 되어 생산이 아니라 소비 체제로 들어갔으니 이제 올 해 2019년으로서 10년이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열심히 GDP 증가율을 따지고 있지만 사실 저 모든 것은 부채와 재정 투입을 통한 虛數(허수) 성장일 뿐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더 이상 영양분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달리 표현할 것 같으면 신 성장동력, 즉 미래 먹거리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작년 여름부터 대외 교역환경도 부쩍 나빠졌다. 무엇보다도 미중무역전쟁으로 시작된 불경기 흐름이 글로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독일 역시 대단히 부진한데 이는 중국의 경기부진이 영향을 미친 까닭이라 한다. 연못에 던져진 돌멩이가 무수한 동심원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줄여 말하면 우리에게 그간 더 없이 은혜롭던 글로벌 교역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그간의 비축분은 이 시각에도 어김없이 줄어들고 있다. 재정 투입이 늘어나면서 국가 재정 수치도 악화되고 있고 가계부채 또한 어김없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 경쟁력 역시 떨어져가고 있고 말이다.
엄밀히 따진다면 글로벌 경제 전체의 실질 성장은 이미 90년대 후반으로서 끝이 났던 셈이고 그 이후 부채를 통한 허수성장이 이어지다가 그 또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서 엉터리였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통화당국자들은 더 특별한 재간을 부렸으니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였다.
그것이 처음엔 먹히는 것 같았다. 일단 파국은 면했고 그 이후 그런대로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러질 않았다.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그런대로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중국의 무제한적인 부채 증가였고 그것으로서 글로벌 전체 성장률이 그런대로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여긴다.
그런데 중국의 무지막지한 부채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또한 더 이상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기 시작했고 마침 이 무렵에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었다. 영국의 브렉시트, 이탈리아의 재정 악화, 그리스 부채위기 등등 그 사이에도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었고 말이다.
본원통화를 일시에 무려 7배로 늘려놓은 미국 연준(Fed)이었다. (통화승수이론대로라면 무려 700%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했을 것이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간의 금융경제이론이 엉터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연준은 속으로 겁이 났던 모양이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인플레이션이 닥칠 수도 있겠다는 걱정으로 해서 통화량을 줄이고 금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제상황을 보니 그 또한 아니구나 싶었던 모양이다. 이에 미국 연준은 작년부터 또 다시 금리인하 모드로 돌아섰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는 더 화끈하게 노골적으로 ‘지적질’을 하고 나섰고 말이다.
길고 긴 경기침체의 터널로 우리는 들어섰다.
옆으로 새지는 말자. 다시 돌아가자. 올 해로서 우리 대한민국의 영양상태가 가장 양호했던 2009년으로부터 10년이 흘렀다. 2012년부터 우리 경제는 경기불황 또는 스태그네이션 즉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해왔고 이에 오늘날엔 글로벌 평균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빠르면 올해 어쩌면 내년부터 1% 대 성장률 시대로 진입할 참이다.
경기악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이전 박근혜 정부는 가계부채를 늘리도록 했고 현 정부는 국가부채를 늘리는 재정수단을 쓰고 있을 뿐 큰 차이점은 없다. 동시에 성장률 둔화를 막지 못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 경제의 절대 버팀목인 수출 대기업들은 세계적인 수요 둔화로 인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2009년 국운이 입동까지 쌓아올린 것으로서 2039년까지 버텨야 할 것인데 산업경쟁력은 떨어져가고 총제적인 부채는 날로 증가해가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은 이미 전 세계가 출혈경쟁 중이다. 게다가 미중 무역 전쟁은 휴전과 정전을 반복하면서 길게 이어질 참이다.
글머리에서 나무에 대한 얘기로 시작했다. 그 나무는 입동이 되면 생산을 끝내고 그간 한껏 비축한 자양분으로 내년 봄까지 편히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운영하는 경제는 이미 그간에 부채를 잔뜩 당겨다 쓴 입장이라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이다.
추분이 지나면서 나뭇잎 마르고 또 하나 둘씩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 내용의 일부를 오늘 이렇게 글로 옮겨 보았다.
그저 변함이 없는 것은 자연순환의 이치이고 원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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