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비가 제법 내렸다.  오늘이 겨울에 얼었던 것들이 녹기 시작한다는 雨水(우수)이다. 그러니 오늘 비는 봄비라 해도 될 것이다. 사실 오늘부터 초봄의 시작이다. 공기가 촉촉해서 호흡기 환자가 많이 줄어들 것이니 반갑다. 겨우내 각종 호흡기 질병, 독감과 코로나 그리고 감기에 온통 환자 투성이였는데 이제 확 줄어들 것이다. 사진 오른쪽 하단에 노란우산을 든  사람이 산책을 한다. 올 해 유난히 비와 눈이 많아서 봄가뭄은 없을 것 같다. 좋은 일이다. 독자님들도 이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시길...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저녁, 하늘 한 가운데 반달이 떠있었다. 벚나무 가지들은 두 달뒤 늦봄에 터뜨릴 망울들을 저렇게 잘 준비해놓고 있다. 며칠 있으면 정월 대보름이다. 예전에는 설 다음에 맞이하는 큰 명절이었다. 오곡밥과 약밥을 해먹고 밤에는 달맞이하러 뒷동산에 올라 소원을 빌기도 하고 한 해 운수를 점치기도 했었다. 지금은 농사가 아니라 반도체와 배터리가 중요한 시대, 저 달이 보름달이 되어도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니 달이 섭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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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 내리고 이어 진눈깨비로 변해갔다. 덩치 큰 까마귀가 아아악-하고 큰 소리로 울었다. 그러곤 둥지에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새들은 눈을 맞아도 비를 맞아도 몸이 젖지 않는다는데, 기름으로 감싸고 있다지만 그래도 춥지 않을까? 하고 늘 염려를 하는 호호당이다. 하늘을 빠르게 질러가는 낮은 고도의 잿빛 구름들이 비를 뿌리다가 금새 눈송이를 흩뿌리곤 했다.  오늘 하루는 그야말로 그레이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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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지나고 또 다시 한 해가 시작되고 있다. 시간의 길이 이어져간다. 먼 길 가는 것은 고단하고 힘들다. 그러니 함께 길을 걸어갈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부축해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로 서로를 도닥이고 때론 크게 고개를 끄덕여주면서 가야만 먼 길 고단한 길 마침내 끝까지 걸어갈 수 있다. 독자님들에게 당연히 그런 동행할 이가 있겠지만 혹시 아직 없다면 올 한 해만큼은 그런 사람 만들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성의를 다하고 마음을 열어 사람을 찾으면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니, 꼭 그렇게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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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흑연으로 산수화를 그렸으니 차콜 산수화이다. 빛이 약해서 원본보다 이미지가 좀 약하다. 그래도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올린다. 이 그림은 오래 전 중국에 있을 때 실제 갔었던 곳의 풍경을 약간 변형한 것이다. 최근 나 호호당이 가장 아쉬운 것은 건장한 신체 특히 다리이다. 그림을 통해 마음으로나마 자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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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지만 며칠 사이 온도가 높아서 마치 초봄같은 느낌이다.  지인과 함께 우면동에서 한강을 건너갔다 왔다. 오는 도중에 잠수교 가운데 정차 가능한 곳에 차를 세우고 다리 난간에 기대니 밤바람이 시원했다. 원래 저 세빛둥둥은 오세훈 시장이 음악당으로 만들었던 것인데 박원순이가 반대파를 응징한답시고 망쳐놓았다. 서울의 명물이 될 수도 있었는데 아깝다.  증오를 원동력으로 하면서 겉으론 통합을 외친다, 정치란 그런 것일 수밖에 없을까? 아무튼 춥지 않은 겨울밤의 정경이다. 

 

호호당이 사는 우면동, 우면산 자락 아래 동네에 가면 이끼 서린 회화나무를 마주하고 섰는 동자미륵상이 있다. 산책갈 때마다 들러서 소원을 빌곤 한다. 건강하게  해주세요, 동자미륵님! 하고. 동네 골목 안에 있어서 가서 빌 때마다 동네 주택의 개가 큰 소리로 짖어댄다. 넌 누구냐! 왜 와서 신경 쓰이게 하냐! 하며 짖는다. 담배 끊은 후 몇 달만에 처음으로 드로잉을 하고 담채를 올렸다.  어서 봄이 왔으면 한다. 즐겨주시길...

 

동지 때는 오른 쪽 빌딩(LG전자 서초R&D 캠퍼스)에 붙어서 해가 뜨더니 이젠 점점 왼쪽 즉 북쪽을 향햐 옮겨가고 있다. 아중에는 왼쪽 건물도 지나갈 것이다. 일찍 일어나다 보니 일출 모습도 매일 구경하게 된다. 담배 끊고 일찍 일어나고, 참 이거야 바로 새나라의 어린이가 아니라 영감님이 아닌가!

길고 긴 겨울밤 울적해서 지인과 함께 집 근처의 맥도날드 24시 가게를 찾았다. 일동제약 사거리 근처 매장이다. 2층에서  치즈스틱과 커피를 마시면서 내려다본 경치가 예뻐서 찍었다. 건너편의 헤어샵과 콩나물 국밥의 불빛이 아름답다. 저 바깥은 영하 12도, 엄동이다. 젊은 날엔 추위를 무시했는데 이젠 겁이 난다. 다시 건강해지고 몸이 뜨거워져서 추위를 비웃을 날이 왔으면. 

어제 오후 나절 날도 푸근했다. 산책을 하다가 남쪽 하늘을 올려보니 앙상한 가지 위 푸른 색이 차갑지가 않았다. 어쭈, 제법 포근한 맛이 있네, 아직 겨울이 한창이지만 그래 가끔은 저런 색깔도 보여줘야지! 하면서 흥겨워했다. 하지만 다음 주 월요일부터 영하 10도를 오르내린다 하니   겨울은 겨울이네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겨울이 싫어졌다. 옛 사람들이 봄을 기다렸던 심정, 이제 십분 납득이 된다. 성남 비행장에서 군용기가 한 대 빠르게 지나갔나 보다. 비행운이 길게 드리워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