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타임이란 용어, 들을 때마다 기분이 상하네

 

 

어떤 무엇을 하거나 반대로 막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런 식의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은근히 기분이 상한다. 대책마련을 강조하는 말인 줄은 알겠는데 여태껏 저런 얘기 들은 것 치고 나중에 일이 제대로 처리되었다는 소식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든타임 또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란 것이 어둡기 전의 황금빛 놀 같은 거구나 하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오늘 마약과 관련한 뉴스에 “전문가들은 더는 대한민국에 마약 안전지대는 없고, 지금이 마약 예방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마약이 일반화되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는가 싶어서 은근 불쾌하다. 그간의 경험이 그러하니 말이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이렇다. 우리의 경우 2015년도부터 마약 청정국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2016~2020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때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강하게 똘똘 뭉쳐야 했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과 맞물려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8년 무렵 나 호호당도 고등학교 후배이자 경찰 고위간부로부터 그 비슷한 얘길 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란 걸 하는 과정에서 검경 간에 갈등을 조장했고 그 바람에 마약단속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무튼 “마지막 골든타임”이란 말을 들으면 그냥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출산, 골든 타임이 이미 지났으니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이다. 그간 저출산과 관련해서 골드 타임이란 말이 무수히 나왔고 결국 안 되더니 얼마 전 윤 대통령이 ‘인구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나름의 대책도 제시했다. 일종의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인데 이에 기억나는 게 있다. 예전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게 그것이다.

 

 

예전 시절 범죄와의 전쟁은 성공을 했는데

 

 

그 시절 “범죄와의 전쟁”은 충분히 크게 성공을 했다. 사실 그 전쟁의 본질 또한 마약, 특히 필로폰과의 전쟁이기도 했다.

 

조폭들 또한 세를 불리고 커가기 위해서는 자금줄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필로폰은 부산 일대에서 생산되어 일본으로 밀수출되었는데 이게 당시 조직폭력배들의 중요한 이권사업이었다.

 

나 호호당은 1955년 부산 출생이고 1974년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 오기 전까지 부산에서 성장했다. 1960-1970년대 당시 늘 듣던 얘기가 어디에 가면 히로뽕 공장이 있다는 얘기, 경찰에게 정기적으로 상납해서 공장이 탈 없이 돌아간다는 얘기, 조폭들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얘기, 일본의 재일교포나 조총련을 통해 히로뽕을 밀수출해서 거액을 벌었다는 얘기 등등 그런 얘기들이 무성했다. 100퍼는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고 사실이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반의 한 급우는 기말 고사 때면 한의원을 개업 중인 아버지가 준 히로뽕을 복약하고 이틀 정도는 꼬박 밤을 새워서 공부하고 있다는 얘기를 자랑삼아 내게 해주기도 했다. 그 정도로 당시 부산에선 히로뽕이 넘쳐났다, 다만 국내 소비보다는 일본 밀수출로 외화벌이가 컸다. 늘 만성적인 무역적자로 허덕이던 우리나라였기에 사법 당국도 눈감아준 구석도 있었던 모양이다. 심지어는 늘 해외공작자금 부족으로 허덕이던 안기부에서 히로뽕 밀수출에 관여한다는 소문도 나돌 정도였다.

 

1987년 우리산업이 급성장하고 3저 호황으로 엄청난 무역흑자가 발생하자 노태우 정부는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조폭들의 주요 자금줄인 필로폰 단속에 나선 것이 범죄와의 전쟁 이면에 놓인 본질이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충분히 신뢰할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은 바 있다.

 

 

골든 타임, 이젠 듣기 싫은 말

 

 

아무튼 그때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란 말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골든타임이란 용어가 일반화되고 빈번히 쓰이면서부터 가령 어떤 일의 골든타임이다 하면 으레 되지 않는 일이 되고 말았다.

 

골드 타임이란 말은 일본식 표현이고 원래 용어는 골드 하워(Golden Hour)이다. 원래 군사용어로서 작전에 있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뜻하는 말인데 용례가 넓혀지면서 재난이나 사고 발생 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대를 말하는 것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 하나는 사진예술가들이 많이 사용한다, 가령 어떤 풍경을 카메라로 가장 멋지게 포착할 수 있는 시간대는 생각보다 아주 짧은 데, 때로는 10분 이내일 때도 있는데 이를 골드 하워라 부른다.

 

 

저출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서 

 

 

다시 돌아가서 대통령이 저출산 비상사태를 선언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란 것은 여야 정치와 국민 모두 공감하겠지만 과연 우리가 저출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커보이진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쩌면 저출산으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시키는데 진력을 다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저출산을 기본 흐름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야 하지 않나? 싶다.

 

 

도시화, 저출산의 근원적인 원인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 수많은 주장과 설이 있지만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도시화(urbanization)에 있다. 너무나도 근원적인 이유라서 사람들이 종종 망각하기도 한다. 특히 거대 도시 또는 여러 도시들이 네트워크화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는 출산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우리로 치면 서울과 수도권에 해당된다. 태어난 지역이나 지방을 떠나 여러 이유에서, 즉 진학이나 직장, 또는 짝을 찾아서 일단 서울 수도권으로 진입하고 나면 벗어나기 힘들다. 어떻게 해서든 수도권에서 비비면서 살고자 몸부림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도권의 모든 것, 특히 집값 또는 주거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그래서 연애도 어렵고 결혼은 더더욱 어려워지며 출산은 그야말로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도권으로 올라와야한 하는 참으로 딱한 현실이다.

 

주요선진국들이 일반적으로 저출산 경향을 보이는 까닭도 결국 거대 도시들이 밀집된 메갈로폴리스 때문이라 하겠다.

 

 

선각자들의 앞선 경고

 

 

한 때 진지하게 탐독했던 책이 있으니 20세기 초의 독일 역사철학자 오스발트 슈펭글러가 남긴 “서구의 몰락”이다. 책에서 도시화는 문명의 출발점이자 완성이란 말을 했는데 저출산은 어떤 면에서 도시화가 가져온 문명에 있어서 나름 어떤 종말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면 이븐 할둔이 남긴 “역사서설”에 보면 그 역시 도시화는 문명의 정점이자 해체의 시작이란 말을 남기고 있다.

도시에 살면 여러 면에서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인프라가 좋아서 많은 것들이 안락하고 편리하지만 사실 그 반대급부도 엄청나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 중에 하나가 오늘날엔 저출산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저출산은 모든 것을 어렵게 만든다

 

 

최근 논의되는 연금개편도 그렇다.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피라미드 구조를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연금제도인데 저출산으로 줄어들고 있으니 만족할만한 방안이 나올 수가 없다.

 

“나의 해방일지”란 드라마, 거대 도시에 붙어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몸부림과 노력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즐겁게 시청했지만 현실은 결국 저 드라마와 반대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아저씨” 또한 대도시에서의 황폐한 삶을 견디게 하는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서울의 후미진 동네가 나오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동네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올 해 2024년부터 15년 동안 숱한 험로와 애로가 있을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그 어떤 분야도 이제 골든 타임은 다 지나간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정치는 날로 더 사나워질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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