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대교를 강남에서 강북쪽으로 차를 타고 건너다 보면 왼쪽 고개 위로 교회의 실루엣이 보인다. 한광교회이다. 한광교회는 한남동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고 그 옆은 보광동이다. 무수히 많은 연립주택과 낡은 벽돌색 건물들이 교회 밑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실로 장관이다.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1974년도였는데 그 때도 한광교회가 언덕 위에 우뚝 서 있었고 그 주변은 달동네였다. 지금도 전혀 차이가 없다, 붉은 연립들로 바뀌었을 뿐이다. 어려서 부산에 살면서 달동네를 많이 보았기에 내 눈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큰 도시는 으레 달동네가 있기 마련이란 생각이었다.
왕가위 감독의 걸작 영화로서 '중경삼림'이란 영화가 있다. 국내에 개봉되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목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중국 중경은 중국 사천성의 충칭인데 그곳에 있는 삼림이란 숲이 아니라 무수한 언덕과 비탈에 지어진 달동네를 뜻한다. 사람으로 이루어진 대도시의 숲을 말하는 것이다. 저 숲 속엔 무수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가 중경삼림이다.
이 그림은 한남동과 보광동의 모습이기도 하고 나 호호당의 어린 시절 보았던 부산 보수동 달동네의 모습이기도 하며 또 예전 봉천동에 있던 달동네의 모습이기도 하며 서울에서 이주해간 성남의 달동네이기도 하다. 예전에 서울의 달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달동네의 애환을 다룬 걸작 드라마였다.
그런 달동네가 이제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좋아졌으니 그래야 하겠지만 어쩐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나 호호당이 옛날의 구식 사람인 까닭일 것이다. 이 그림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향수를 표현했다고 하겠다. 색의 잔치이기도 하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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