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얽힌 사연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하는 노래, 전인권 씨가 부른 이후로 거의 국민가요라 할 정도로 모르는 이가 드물다.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가 늘 감동을 준다. 물론 이젠 나이가 든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이다, 가끔 유튜브를 통해 듣곤 한다.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하는 대목을 특히 좋아한다.
이 노래의 오리지널은 ‘쟈니 리’란 가수였다. 지금은 작고한 길옥윤 선생이 작곡한 노래로서 1966년에 음반으로 나왔다. 그런데 당시는 제3공화국 시절, 가사 내용이 어둡다는 이유로 다음 해인 1967년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노래는 대중의 심금을 흔드는 매력이 있었던 터라 1980년대 초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게 되면서 ‘운동가요집’에 ‘사노라면’이라는 제목으로 기록되었다.
세월이 흘러 그저 작자 미상, 혹은 구전 가요 등으로만 알려졌던 이 노래는 1987년 들국화의 전인권 씨가 새롭게 취입하면서 크게 히트를 쳤다. 1987년 민주화 바람과 함께 새롭게 되살아난 것이다. 그 이후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면서 더욱 더 알려졌다.
국민 애창곡이 되었으나 여전히 작자 미상의 곡으로만 전해지던 이 노래는 결국 2004년에 이르러 오리지널이 밝혀졌다. 모 가요 평론가가 소장한 원래의 음반이 공개하면서 노래의 원작자와 가수가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다.
36년이라고 하는 시간의 試金石(시금석)
운명학적 관점에서 이 사연은 정말 흥미가 있다.
세상 모든 일은 36년이 흐르면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된다. 가려졌던 것이 밝혀지기도 하고 아닌 것이 결국 탄로 나기도 하고 사실이지만 묻혔던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36년이란 시간 간격은 사물의 커다란 試金石(시금석)인 까닭이다.
노래가 금지곡이 된 것은 1967년이었다. 사실 금지될 노래가 아니었다.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는 지극히 건전한 노래였으니. 그런데 그 시절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빈곤하고 우울했던 탓인지 심사하는 양반들은 그 노래를 부정적으로 느꼈던 모양이다. 아니면 권력을 휘두르는 맛에 우쭐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죽지 않고 살아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던 학생들 사이에서 희망의 노래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36년이 흐른 시점은 2003년이었다. 이제 묻혔던 진실이 밖으로 나올 시점이 되었던 것이다. 다음 해인 2004년 드디어 원 작자와 노래의 사연이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결정적인 가교 역할을 한 것은 전인권 씨의 리메이크였다. 그 또한 시간의 비밀이 숨겨져 있으니 20년이다. 그 어떤 것이든 18년이 넘어가면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고 20년이면 급기야 결정적인 무언가가 생겨난다.
1967년 금지곡에서 20년이 흘러 전인권 씨가 기가 막히게 불렀고 그로서 전 국민애창가요가 되었다.
전인권이란 시대의 絶唱(절창)을 통해 20년 만에 다시 각광을 받게 되고 36년이 흘러 원 작자와 사연이 밝혀졌으니 이 노래 ‘사노라면’은 이로서 추가로 36년 즉 72년간을 이어가는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다. 연장에 들어간 것이다.
72년은 36년이 두 번 흐른 시점으로서 그 때가 되면 또 하나의 커다란 시간의 관문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이 노래는 2039년까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즐겨 부르는 노래로 남아있을 것이다. 2039년에 가야만 좋은 옛 노래 정도로 남을 지 아니면 역사의 망각 속으로 묻히게 될 지 결정 날 것이란 얘기이다.
일제가 우리를 강점하고 통치한 것도 결국 36년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 이는 결국 유구한 역사 전통을 지닌 우리 대한민국이 일본과 합쳐질 운명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세상은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하기에
36년이면 기존에 존재하던 어떤 흐름에 큰 변화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런 근본적인 이유는 이 세상이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해서 변화해가기 때문이다. 60년에서 30년이면 그 절반으로서 전환점이 되고 그 전환이 확실해지는 시점은 36년인 까닭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최근 수년 사이 엄청난 호황국면이다. 그런데 내년이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36년이 된다. 1983년에 시작했으니 2019년은 36년이 경과한 시점이다.
물론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앞으로도 지속되고 더욱 변화와 발전을 이어가겠지만 일단은 어떤 反轉(반전)이 시작될 것이다. 일종의 調整期(조정기)로 접어든다는 말이다.
36개월 역시 강도가 다를 뿐 마찬가지
앞에서 36년이라 했지만 36개월도 사실은 그렇다. 다만 그 강도와 무게가 다를 뿐이다. 36개월은 3년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하든지 또는 시작하든 36개월이면 어떤 전환점을 확인하게 된다.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고 할 때 3년, 즉 36개월이면 성패가 확연히 드러난다. 창업 후 3년의 고비가 그것이다. 창업한 지 3년이면 절반 정도가 도태되거나 문을 닫는다. 절반이 남는 것이다.
1년 만에 사업을 접는 경우도 많다. 이는 준비가 태부족인 까닭이다. 기본에서부터 틀려먹었던 셈이다. 3년도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고 달리 말하면 3년은 버틸 힘이 있어야 무얼 해도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사실 연애나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3년을 함께 지내봐야 일생을 함께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법이다. 물론 최근 젊은이들은 결혼을 꿈꾸지도 못하고 이 연애에서 저 연애를 전전하며 지내고 있지만 말이다. 젊은이들의 현실은 감히 일생을 설계할 정도의 여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 하겠다.
끊임없이 변해가지만 다시 돌아오는 自然(자연)
이처럼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 어떤 흐름도 또 어떤 물결도 곧이곧대로 이어져가는 법은 없다.
끊임없이 변해가고 또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것이 바로 自然(자연)이다. 멀리 떠나가는 것 같지만 다시 돌아오고 돌아왔다 싶으면 다시 떠나가는 자연이다. 그렇기에 사계절의 변화가 곧 자연이다.
바닥에서 안간힘을 쓰고 용을 쓰면서 또 다시 올라가는 것이 봄이고 열을 받고 탄력을 받아 거침없이 오르는 계절이 여름이다. 그런가 하면 어느덧 열이 식어들고 마르면서 수확을 보는 가을이고 그러고 나면 차갑고 드라이하게 식어드는 겨울이다.
사계절은 한 해를 통해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만 60년의 순환 역시 15년씩 한 계절로 해서 四季(사계)를 지나간다.
36년은 60년의 6/10 즉 6할이고 한 해로 치면 7.2개월이 경과했다는 뜻이 된다. 그렇기에 어떤 일이 4월 초에 시작되었다면 11월 10일 경이 되는 것과 같다. 이에 4월 초의 밝은 봄기운은 간 곳이 없고 이제 가을도 아니라 초겨울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 것과 같다.
계절이 변해도 아주 많이 변한 것이다. 그렇기에 36년의 試金石(시금석)은 누구에게나 확연하게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점심 무렵 아내가 모는 차를 타고 작업실에 나오는데 뚜껑 없는 무개차, 외제차를 마구 거칠게 모는 젊은이를 보았다. 아내가 한 마디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이가 30대 후반 정도로 보였는데 그저 속으로 생각하길 저 친구 인생 말년에 고생 좀 하겠지만 아무튼 지금이 당신의 헤이데이(heyday), 많이 즐기시게나, 했다.
세월이 흘러 得道(득도)한 홍콩 배우 주윤발
영화 ‘영웅본색’의 주인공이었던 주윤발이가 자신의 전 재산 8000억 중에서 1%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생일을 검색해서 운세를 확인해보니 2019년 내년이 입춘 바닥이었다. 이에 금방 이해가 갔다, 운세가 바닥에 이르니 돈이란 것이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구나 싶다. 이제 주윤발은 道人(도인)이 되었다. 서포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의 性眞(성진)처럼 도를 깨친 것이다. 오래 살고 행복하게 살다가겠지.
1986년 ‘영웅본색’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성공 가도를 달려왔는데 30년을 넘기고 나니 그 또한 싫증이 나서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1986년에 36년을 더하면 2022년, 아마도 그 무렵에 가서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까 싶다.
가진 게 없어도 새파랗게 젊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한 밑천이다.
그렇기에 가진 것 없어도 나이가 아직 젊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게끔 되어있는 세상이다. 30년이 흐르면 성공해있을 것이고 36년이 지나면 힘겨웠던 젊은 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무조건 그렇다. 그러니 새파랗게 젊다는 것은 그야말로 밑천 중에 밑천이다. 그러니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이여, 가슴을 쫙 펴고 살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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