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8년 전부터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져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GDP 갭이 계속해서 마이너스 상태를 보이고 있다. GDP 갭이란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값으로서 이게 마이너스이면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거나 또는 디플레이션 상태라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8년째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에 걸쳐 이어진 법이 없었으니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디플레이션에 빠져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만 그간의 디플레이션은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되어 왔기에 그다지 체감되지 않았을 뿐이다.

 

디플레이션이란 것은 마치 고질병과 같아서 한 번 시작되면 좀처럼 멈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도 그렇고 학자들도 어지간해선 디플레이션이란 단어를 언급하길 싫어한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디플레이션이 상태란 것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뿐 실은 디플레이션 상태이다.

 

 

디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디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하면 재고가 지속적으로 쌓이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불황이라 보면 되겠지만 재고가 계속해서 쌓이면 기업은 서서히 생산량을 줄이게 되고 그게 다시 지속되면 생산 능력 자체를 줄이게 된다. 이런 현상이 전 산업 부문에서 나타나면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수요가 위축되어 또 다시 생산능력을 줄이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게 디플레이션이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경제 위기나 충격과는 다르다. 2008년으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은 우리에게 쇼크였을 뿐 디플레이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상황은 단순한 불경기가 아니라 디플레이션 상태라 볼 수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경예산을 해마다 편성하고 또 집행하면서 점차 재정 지출을 늘려가는 것 역시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지만 역으로 디플레이션이기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다만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올 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큰 경제적 충격이 없었던 탓에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경기가 별로 좋지 않다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벌서 8년째 디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간의 누적 효과를 감안한다면 우리 경제는 속으로 파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 즉 서서히 골병이 든 상태라 봐도 무방하다.

 

권투로 치면 큰 펀치 한 방에 쓰러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대의 잽(jab)을 허용한 결과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봐야 하리라. 가랑비에 옷 젖는 말.

 

그 사이에 대통령 탄핵이라고 하는 미증유의 일이 발생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 역시 바탕에는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이 근본 원인이라 본다. 옛날로 치면 왕의 목을 벤 셈이니 정말 큰 사건이었음이 확실하다.

 

 

디플레이션이 생긴 것은 우리 국운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 경제가 2012년부터 GDP 갭이 계속해서 마이너스 상태를 보이면서 완만하나마 디플레이션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점에 대해 자연순환운명학의 관점에서 설명해보면 바로 2012년이 우리 국운의 60년 순환에 있어 小雪(소설)의 때였기에 그렇다고 답하겠다. 간단히 말하면 운이 기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小雪(소설)은 해마다 양력 11월 20일 경에 찾아오는 절기로서 그때부터 서서히 겨울이 시작된다. 한 해의 농사가 끝났고 그 수확도 다 끝난 때가 소설이니 이제 더 이상 생산의 시기는 아닌 까닭에 우리 경제는 2012년부터 디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해 정말 잘 대응한 것은 맞지만 

 

 

이 대목에서 얘기를 약간 둘러가 보자.

 

이번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는 정말 잘 대응했다. 꽤나 자랑스러웠는지 “K-방역”이란 말까지 생길 정도이다. 국민들도 이런 상황에 대해 나름 많은 위안을 얻고 또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

 

어제 뉴스를 보니 미국의 70대 코로나19 환자가 완치되어 퇴원을 했는데 62일간의 치료비가 무려 13억 원을 넘겼다고 한다. 그런 점만 봐도 우리의 의료체계가 그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실감케 한다. 그러니 자랑스러워 할 법도 하다.

 

이처럼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상당히 잘 대처하고 있다는 점, 우리의 의료체계 특히 보험 체계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건 그것이고 문제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정세가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에겐 대단히 큰 짐을 안겨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경제에 있어 수요가 공급보다 줄어드는 현상이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이라 했는데 우리 경제의 수요를 살펴보면 크게 내수와 수출로 이루어진다. 특히 우리 경제에 있어 수출 비중은 대단히 중요하고도 크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가져올 부담은 바로 수출, 즉 해외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문제이다.

 

최근 흔히 얘기되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기존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전망이 생겨났으니 그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은 중국을 최대한 제외할 수 있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에 있어 수출은 우리 기업들이 중간 부품을 생산해서 중국으로 수출하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최종 조립이 되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다시 수출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기존의 이런 글로벌 공급망을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과 변화가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 단언할 순 없어도 아무튼 좋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衆論(중론)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게다가 미중간의 패권 전쟁 과정에서 미국이나 중국이 또는 모두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해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가 된다.

 

가령 자동차 시장만 봐도 그렇다. 그간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중국과 인디아의 시장 성장이 나머지 전체적인 침체 흐름을 막아왔다.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크게 침체되었을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만 해도 미국과 중국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는데 선택을 강요해올 것 같으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처하게 될 것이란 얘기이다.

 

예로서 이번에 폭스콘이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나선 것이 그것이다.

 

줄여 말하면 우리의 수출에 있어 글로벌 불경기도 문제지만 미중 패권 전쟁으로 인한 수출 위축 또는 기타 악영향이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크게 작용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미 내수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없으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 일로를 걷고 있는 마당에 수출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위축될 것 같으면 그간에 누적되어온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충격이 증폭되는 결과로 이어져서 그야말로 극심하고도 헤어나기 어려운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눈앞의 사태도 문제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일시적인 쇼크로 볼 수도 있지만 만일 가을 들어서 글로벌 전체적으로 2차 대유행이 시작될 것 같으면 그야말로 충격의 강도와 그 지속 시간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다. 경제의 경우 우리 자체가 코로나19를 극복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좌절감에 빠진 북한

 

 

그런 마당에 북한이 다시 사고를 쳤다.

 

이번에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늘 해오던 도발이나 트집잡기와는 다소 다른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번 일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으로부터 20년이기 때문이다. 20년은 어떤 일의 최종적인 결론이 나올 때이기에 현 상태로는 남북 관계를 더 이상 진전시킬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인정하고 깊은 실망감 또는 좌절감을 느낀 것 같다.

 

동시에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 건은 2년 전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단기적인 결론이기도 하다.

 

새로 권력에 오른 김정은은 비핵화 카드를 가지고 미국과 담판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늘 거짓말만 해오던 북한에 대해 미국은 더 이상의 신뢰를 가질 수 없었기에 선 비핵화를 주장했던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궁지로 몰아넣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신뢰의 가치를 경시해온 북한은 이제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핵을 가진 상태에서 더 이상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한 경제발전,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한이 이번 사태로서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 하겠다.

 

이번 사건은 종전의 도발과는 달리 1991년 말 소련 붕괴와 1992년 한중수교로 인해 고립무원에 빠진 북한이 택한 카드, 즉 핵보유를 통해 미국과 담판을 짓고 그로서 체제의 번영을 기도해보려던 장기전략이 근본적인 난관에 봉착했음을 알리고 있다 하겠다. 북한은 그 사이에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것이 결정적인 자충수였음을 이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도 전혀 새로운 마당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돌이켜보면 6.15 선언은 2002년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하던 것이 미국 정보당국에 의해 발각이 나면서 시작된 이른바 제2차 북핵위기로 인해 이미 그 당시에 실패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디플레이션 흐름에서 글로벌 무역구조의 변동과 수요 위축, 그리고 남북 관계의 장애. 모든 것이 답답하고 갑갑하기만 하니 이를 어쩐다!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