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낯선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으니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이 생겨났다.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재택근무 하나만 일반화되어도 

 

재택근무란 것, 그저 그게 한 20-30년 뒤의 일인 줄로만 했는데 당장이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일로 입증이 되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장차 미칠 파장이 엄청나고 심대하다. 우선 생각나는 것으로서 시내 중심가에 있는 수천억대의 고층 빌딩들이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다. 그게 과연 필요하긴 할까?

 

오피스 거리는 아침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곳,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이 빈번히 오고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침엔 몰려오고 저녁이면 떠나가는 곳이다. 인근엔 식당가와 유흥주점이나 위락시설이 집중되어 있다. 편의점도 많고 고급 식당, 중급 식당, 저렴한 식당과 주점들이 띠를 이루어 존재한다.

 

이 모두 그 중심에 오피스 빌딩이 있기 때문인데, 물론 기업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용도도 있지만 그거야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한 것이니 장차 오피스 타운의 변모는 불가피해 보인다. 어쩌면 도심의 기능과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도 있겠다.

 

그간 고층빌딩은 주로 사모펀드들이 인수해서 임대 수익을 올리는 대상이다. 그러니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 고층빌딩의 임대에 따른 기대수익률 또한 많이 변하고 또 낮아질 것이다.

 

물론 유흥가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식당도 존재하겠지만 마천루의 오피스 빌딩이야말로 문자 그대로 都心(도심), 즉 도시의 중앙이란 점에서 향후의 변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관공서 또한 마찬가지.

 

이런 상상을 하고 있다 보니 이번에 현대차가 착공에 들어가는 강남 삼성동의 이른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GBC는 참으로 시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시류에 맞지 않는 현대차의 거대 빌딩 착공

 

 

GBC라고 하는 저 거대 고층 건물은 오피스 빌딩과 호텔, 컨벤션 시설, 공연장 등으로 채워진다고 하는데 벌써 오피스 빌딩으로서의 용도가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더불어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현대차가 왜 갑자기 빌딩 임대업자로 바뀌고 있느냐 하는 점도 있다.

 

용산의 경우 그간에 국제비즈니스 지구를 조성한다고 난리를 피우다가 삼성물산이 손을 떼고 떠나면서 결국 이젠 아파트 8천호로 귀결되었다. 그간 국제비즈니스 지구가 된다는 소식에 주변의 부동산 시세도 많이 올랐는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면 그건 사실 주변 부동산 시세에 있어 상당한 악재라 하겠다.

 

 

서울 외곽의 직장인들은 만세 환호를 부를 판국

 

 

그런가 하면 서울로의 출퇴근에 하루 3-4시간을 써야 했던 예컨대 동탄 신도시 일대의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만 일반화되면 그야말로 야호-하고 쾌재를 부를 참이다. 생활의 질이 무진장 상승할 참이다.

 

그런데 재택근무가 과연 좋은 것일까 하는 점 역시 아직은 미지수이다. 서울 외곽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지만 모니터 앞에 노출되는 얼굴만 간단하게 세수를 한 뒤 밑으론 내의만 걸치고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이다.

 

 

출근하는 것 역시 일종의 맛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퇴근하는 것 또한 나름의 맛이 있고 긴장감도 있는 법인데 늦게 일어나서 대충 얼굴에 물칠만 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근무를 한다? 어쩌면 출퇴근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것도 같다. 또 식사량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어지면 체중 조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그렇지 않으면 식욕이 떨어져서 건강이나 체력 관리에도 또 다른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8시 45분에 기상해서 우유 한 잔에 토스트 하나 먹고 나서 9시부터 근무하는 세상, 분명 새로운 세상이다.

 

 

삶과 일하는 풍토 전체가 변할 것이니

 

 

재택근무가 일반화된다 해도 얼마간에 한 번 정도는 회사로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회사 사무실에 고정된 내 책상은 없을 것이고 번갈아 교대로 사용하는 쉐어링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높은 고층의 사무실에서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밑으로 내려다보며 근무하는 맛은 사회적 출세와 성공의 상징인데 그런 재미도 사라질 것이다.

 

정장 차림에 대한 수요 또한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런 의류업체들은 고민 좀 하게 생겼다. 여성들의 외출복에 대한 수요야말로 의류산업의 핵심인데 그 역시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오피스 거리의 고층 빌딩들 또한 용도 변경을 해야 할 것 같다. 극장이라든가 아니면 스포츠 시설 또는 러브호텔로 변경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영화관이란 것 또한 넷플릭스와 같은 새로운 채널 그리고 5G와 같은 고속통신 인프라로 인해 지금의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그 또한 미지수라 본다. 데이트를 위한 영화 관람이 아니라면 굳이 불편하게 극장을 찾아가는 불편을 감수할 이유가 사실 없지 않은가. 사람들이 대형화면이나 입체 음향의 돌비 사운드 때문에 영화관을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얘기하면 대형화면이 주는 웅대함이란 사실 우리들의 착각이다. 집에서 대형 모니터로 영화를 보는 것이나 극장의 큰 화면 앞에서 보는 것이나 우리 뇌가 인식하는 차이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방에 전등불만 끄면 동일해진다.)

 

영화관이나 극장가 역시 도시의 중앙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 주변에 유흥가가 몰려들기에 일종의 도시의 오락 센터라고 하겠는데 이 또한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새로운 스트레스의 발생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면,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 하루 종일 아내나 남편 또는 식구들과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게 되니 그로 인한 마찰 스트레스가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엔 부부가 모두 일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이른바 남편 출근시켜 놓고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호젓하게 차 한 잔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던 가정주부들은 좋은 시절 사라질 것이다.

 

재택근무만이 아니라 재택학습도 사실상 가능해졌다. 그러면 엄마들은 돌아버린다. 남편과 아이들이 출근하지 않고 등교하지 않는 세상은 지옥일 수도 있겠다. 지금 가정주부들은 아이들이 학교 가는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재택학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학교 선생님들 또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EBS에서 최고의 선생님들만 나와서 전 학년이 전국적으로 일제히 학습하면 된다는 것이고 그 바람에 각 선생님들의 할 일은 큰 위협을 받았다. 학부모들이 너희 선생님은 왜 저리도 강의를 못 하니? 하고 아이들에게 흉을 보고 있다고 한다.

 

친하게 지내는 어느 학교 교사는 우린 사실 탁아소 근무자일 뿐 무얼 가르치고 지도하는 선생이 아니란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하면서 장탄식을 했다. 지도한다고 말 들을 아이들도 아니고 가르친다고 배우는 아이들도 아닌데 그냥 교단에서 혼자서 쇼를 하고 있었다고 말이다.

 

학습은 학원에서 하는 것이지 학교는 그냥 매일 아침이면 아이들을 붙잡아 놓는 역할만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었다는 자조의 말도 했다.

 

 

사람이 점점 쓸모가 없어질 것도 같아서 

 

 

조금 더 생각을 연장하고 확장해보면 장차 AI, 인공지능으로 인해 점점 더 인력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무얼 해서 먹고 살지? 하는 두려움이 닥친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아먹고 살아야지 뭐, 잘 나가는 대기업들이 돈을 벌면 그 기업들이 세금을 낼 것이고 그러면 그 세금을 국가가 나누어주는 방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 그리고 두려움.

 

그런데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삶이 즐거울 수 있을까? 보람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어쩌면 그런 세상은 예전에 우리들이 두려워했던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빅 브라더의 세상과 별반 다름이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그건 그야말로 또 하나의 신세계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오래 전 시절은 사람의 수가 바로 생산력의 크기이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엔 인구 대국이 강국이었다. 분명히 이제 그런 세월은 지나갔다. 산업화 시절엔 철강 생산량이 바로 강국의 지표였고 그러다가 얼마 전까지는 소비가 경제성장의 원천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제 지구촌의 인구도 증가률이 거의 1%대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플러스가 유지되는 것은 개발도상국들의 인구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반면 도시화는 1960년대 말의 36% 수준에서 지금은 56%로 높아졌다. 인구는 이제 줄어들 참이고 도시화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재택근무의 일반화는 도시화 경향에 역전되는 흐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어 보인다.

 

인구 증가와 식량생산기술의 발전, 달러의 무제한 공급에 따라 글로벌 경제는 과거 수십년 동안 호황을 누렸는데 인구 증가가 정체되거나 줄어든다면 GDP 성장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시점에 들어서고 있고 글로벌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기미가 농후하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마구 앗아갈 참이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돈을 만들어내고 나머지 일반의 사람들은 기본소득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세상이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호호당이 알기로 쓸모가 없어지면 결국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의 시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쓸모가 없는 인간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될 것도 같으니 인구감소를 통해 해결할 것인지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는 어느덧 새로운 세상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는 그곳으로 들어서는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했다.

 

(이사 준비로 인해 며칠 간 그림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짐을 꾸리느라 그림을 그리지 못하니 기분이 울적하고 답답하다. 어서 후딱 이사해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원,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