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란 말에 깃든 뜻



지난 5일 목요일은 경칩이었다. 놀라게 된다는 뜻의 驚(경)자와 틀어박혀있다는 뜻의 蟄(칩)자가 결합된 말이다. 경칩은 이 무렵까지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아차! 싶어서 칩거를 마치고 바깥세상으로 나온다는 의미이다. 


겨울잠을 잘 자고 있던 동물이 왜 놀라는 것일까? 몇 달 잠자는 사이에 처음엔 잔뜩 축적된 체내 영양분이 거의 고갈되어서 그냥 잠만 자고 있다가는 영양부족으로 인한 쇼크사의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신을 차리고 바깥으로 나오긴 해도 기력이 딸려서 이판사판, 빨리 먹이를 구하지 못 하면 그 또한 저승길. 


따라서 그야말로 비상시국인 것이고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이 바로 경칩이다. 



올 해 경칩은 초장부터 영 아니어서



그렇기에 저번 경칩이었던 목요일부터는 맹렬한 경제활동이 있어야 하는데 참으로 재수 없게도 코로나19가 모든 경제활동을 짓누르고 있다. 내수 경제 특히 소비가 엄청나게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 구매는 당연히 호황이지만 오프라인 소비는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어제 토요일, 평소 같으면 강남의 도로들은 결혼식 하객으로 인해 차량이 붐비고 있어야 했지만 마치 추석명절처럼 간선도로들이 휑하니 뚫려있었다. 오늘 일요일은 그야말로 撤市(철시) 분위기. 


얼마 전 이른바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을 때 정부당국은 마스크를 쓰라고 권유하고 나섰을 때 아닌데 저러면 곤란할 터인데 싶었다. 말이 되질 않는데...



방독면을 마련하게 된 사연



그 무렵 뉴스를 통해 우리나라의 마스크 1일 생산량이 1천만 장 정도라고 들었는데 1회용 마스크를 쓰라고 권유하면 감당이 되겠는가 말이다. 인구 5천만에 1일 마스크 1천만장 생산이면 5일에 1장밖에 되지 않는다는 간단한 산수의 문제인데 말이다. 그야말로 생각도 없이 꺼내는 말이었다. 


저건 조만간 문제가 된다 싶어 이미 가격이 몇 배로 올랐긴 해도 온라인으로 마스크 60장을 구매했다. 그런데도 장기화에 대비해서 든 생각이 방독면이었다. “야, 아들, 우린 방독면을 사자, 방독면”, 그 결과 필터를 갈아서 쓰는 방독면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참고로 방독면 자체는 세척하면 된다. 


아내가 웃었지만 조만간 이런 시국이면 방독면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될 거야! 하고 응수했다. 마스크를 쓰나 방독면을 쓰나 인상 더러워지긴 마찬가지 아닌가. 내친 김에 눈을 보호하는 플라스틱 고글도 구매했다. 


그 결과 내 경우는 미리 사놓은 마스크를 1장당 사흘 정도 사용하고 있고 아내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아들 녀석은 방독면을 천연덕스럽게 잘도 쓰고 다닌다. 그 바람에 마스크에 여유가 있다. 물론 여차하면 나 역시 방독면을 쓸 생각이다. (지금은 방독면마저도 품절인 것으로 알고 있다.) 



추석명절처럼 한산한 주말의 서울 강남 거리



오늘 일요일 오후 나절, 작업실에 나갔다가 저녁 무렵에 귀가하는데 마침 택시가 저만치에서 다가오는 바람에 타게 되었다. 기사 양반 하는 말이 강남 일대를 1시간 반 동안 빈차로 돌아다니다가 이제야 손님을 태우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다 굶어죽게 생겼다는 푸념도 곁들였다. 


택시는 운수업, 자연스럽게 항공사와 여행업계가 떠오른다. 흔히 많이 가는 곳이 중국 일본 베트남인데 죄다 입국 제한이 걸렸고 호주 또한 마찬가지, 게다가 유럽 또한 거의 모두 입국 제한이니 항공사와 여행업계는 문자 그대로 재앙을 맞이한 셈이다.

이 정도면 소비경제는 거의 마비 상태가 아니겠는가. 큰일이다. 



괘씸한 중국의 행동거지



코로나19라고 이름을 달았지만 최근 중국이 하는 짓을 보면 굳이 ‘우한 폐렴’이라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뭐,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얼토당토않는 말을 지껄이고 있으니 실로 괘씸하다. 저들 때문에 이웃까지 엄청난 피해가 나게 만들었으니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질 것이지 벌써 세탁에 나섰으니 말이다. 10년 뒤엔 절대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발뺌할 것이 분명하니 이건 현실 왜곡이고 시간이 지나면 역사왜곡이다. 


아무튼 코로나19, 겁이 난다. 상황을 보니 치명률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긴 하다만 무서운 것은 가령 내가 걸려서 경증환자라고 해보자. 최소한 12일인지 14일인지 어딘가로 가서 격리되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멀뚱멀뚱 맨정신으로 12일이라, 참으로 가공스럽다. 무료함과 무기력증 그리고 폐쇄공포증 같은 거 말이다.


 

판데믹으로 갈 것 같으면



더 문제는 우리나 일본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올 해 글로벌 경제는 물론이고 가장 직격탄을 맞는 당사자는 우리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가 아닌가. 그럴 경우 올 해 우리 성장률은 무조건 마이너스가 날 것이 기정사싫이다. 


몇 년 전부터 툭 하면 각종 바이러스로 인한 역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스, 에볼라, 신종 플루, 메르스, 이번엔 코로나19. 그런데 그 중 중국이 사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까지 무려 두 개나 기여(?)하고 있으니 2관왕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중국 바로 옆에 있다. 이런! 


역병이란 말이 무엇인가 하면 그 뜻이 나름 흥미롭다. 疫病(역병)에서 疫(역)이란 한자는 병들 疒(녁)에 부릴 役(역)으로 된 글자, 옛날엔 바이러스로 인한 유행병을 그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무단히 귀신이 사람을 부리고 괴롭히는 유행병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어로는 plague, 이는 때린다는 뜻이 담긴 단어이다. 사람을 이유도 없이 마구 때리고 패는 병인 것이다. 


돌아가서 얘기이다. 경칩부터 맹렬히 일하고 생산해야 하는 시기이건만 온통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니 실로 얄궂다. 人間(인간)이라 말 자체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하는 말, 따라서 인간은 서로 부비고 살아가야 하건만 어쩌다가 그 사이를 멀리 해야 하니 실로 큰일이다. 



2029년이면 국운의 경칩, 많이 놀라게 될 것 같으니



현재 우리 국운은 해마다 양력 1월초의 절기인 小寒(소한)의 국면이다. 그러니 2년 뒤인 2022년이 되면 나라의 활력이 최저로 떨어지는 大寒(대한)이 온다. 또 그로부터 7년 뒤인 2029년이 되면 국운의 驚蟄(경칩)을 맞이한다. 그때가 되면 많이 놀라게 될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바, 경칩은 생사의 기로인 까닭이다.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본이 탄탄하다는 말을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여긴다. 지금은 맹렬히 바닥에서부터 기반이 침식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놓고 어느 쪽이 맞는지 따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절로 검증될 것이니 말이다. 


모든 것은 10년 전에 직접적인 원인이 생겨서 10년 후에 결과를 가져오는 법, 작년부터 우리 경제는 추경예산인지 수퍼예산인지 이런 것들을 동원해서 억지로 경제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그 흐름이 장차 9년 뒤인 2029년 국운의 경칩이 되면 우리가 그동안 너무 넋을 놓고 있었구나 싶은 후회를 가져올 것이다. 


4월 전시회에 출품한 그림을 마무리했다. 이제 슬슬 다시 글쓰기 빈도를 올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