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린 벌판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아직은 조금 어둑하다. 오랜만에 그림을 올린다. 원하는 종이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화방에서 비싸게 블럭 종이를 샀다. 롤 페이퍼를 사서 재단하면 가격이 화방의 블럭 종이보다 가격이 1/3 수준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종이가 팔리지 않아 수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어쩔 수 없이 종이를 비싸게 사야 했다. 참 오랜만에 그리다 보니 약간 어색하다. 스킬이란 게 며칠 만 쓰지 않아도 그렇다. 즐겨주시길...

 

2박 3일 일정으로 여수를 다녀왔다. 소설 이맘때의 여수를 좋아한다, 서울은 겨울 기운이 완연한데 여수는 여전히 늦가을 같아서 시간을 며칠 더 늦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시내를 다니다 보면 남국의 야자수도 보이고 동백도 여전히 푸르다. 해마다 찾아가는 여수 돌산의 별장에 가서 묵었다. 이번으로서 흥국사를 세 번 다녀왔다. 일주문 지나 절로 들어가는 길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무지개 돌다리가 있다. 물은 말랐고 그 위로 낙엽이 수북하다. 초겨울의 산사는 절로 청빈하고 적막하다. 한기 가득한 법당에 들어가 복전함에 돈을 넣고 절 세 번 올리고 잠시 묵념하고 달아서 나온다. 흥국사 법당엔 견훤의 최측근이었던 김총 장군의 신위가 있다. 그간 잘 지내셨냐고 문안도 드렸다. 개울의 저 낙엽들은 물과 어울려 내년 봄이면 삭아서 사라지리라. 저렇게 되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슬프기도 하다. 여수 바다는 겨울 구름 아래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해풍도 많이 들이마시고 왔다. 서울이 또 다시 거리두기 2단계 들어간다는 소식을 여수에서 들었다. 이번엔 자영업자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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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고 그렸다. 물론 흥에 맞게 내 기분대로 그렸다. 하늘색 그리고 억새밭, 가운데 호수, 두 사람이 물가를 걷고 있다. 물을 구경하는 것일까 억새밭을 감상하는 것일까. 나는 이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다. 가을 깊은 경치. 독자들도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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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힌터랜드'란 형사물 시리즈 드라마를 주말 동안 보았다. 늦은 밤시간이라 그런지 더욱 우울했다. 장소는 영국 웨일즈의 황량한 바닷가의 에버리스트위스란 마을, 국내 시청자들이 그다지 좋아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카메라에 잡히는 와이드 샷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이혼한 형사, 시골마을로 좌천된 것인지 아니면 상처를 달래기 위해 자원한 것인지 모르지만 시골에 왔다, 하지만 그곳 역시 사람 사는 곳,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망과 원한으로 인해 살인사건이 터진다. 양치는 산 중턱의 마을과 숲, 툭 하면 내리는 비와 숲속의 안개, 차가운 공기, 전체적으로 분위가는 울적하다. 드라마에서 느낀 인상으로 그냥 그렸다. 밝지만 우울한 웨일즈의 느낌을 표현해보았다. 양떼를 좀 그려넣었더니 훨씬 현장감이 난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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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 그린 것이다. 시원한 해변을 그려보고 싶어서였다. 이제 슬슬 가을 단풍을 그릴 때가 되었다. 울굿불굿한 단풍, 화려함이고 회한이다. 이제 강원도 쪽은 단풍이 절정으로 달리고 있겠다. 서울 시내, 남산 단풍은 아직 멀었고.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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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렸는데 너무 그림 같은 느낌이다. 구도도 그렇고 색상도 그렇고 그냥 딱 그림이다. 그림을 그림처럼 그렸으니 잘 그렸다 여겨야 할 터인데 이 그림은 너무 그림같다.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너무나도 흔히 본 등대 풍경인 까닭이다. 약간 상투적이라 할 까,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다고 해서 이 그림이 못 그린 것 같진 않다는 점이다. 하늘을 그리고 싶어서 하늘을 칠했고 시원한 바다를 칠하고 싶어서 바다를 칠했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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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스쳐가는 물가 풍경을 약간 변형해서 그렸다. 포인트는 최근의 맑은 하늘이다. 새털구름 이는 늦가을의 정취, 자꾸 하늘을 그리게 된다. 시원한 하늘에 걸맞게 바다와 물가를 표현해보았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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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그림자가 어둡다. 구름은 물이 들었다. 늦은 오후 시각인 모양이다.  공기도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조용하게 밑으로 내려오는 것 같다. 새들은 벌써 집으로 돌아갔나 보다. 그저 노란 가을 꽃들이 수런대면서 전원의 정적을 깨고 있다. 오후의 고요함을 그려보고 싶었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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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안겨준 답답증, 시원한 바닷가로 나가 놀고픈데. 그래서 그렸다. 그냥 상상화이다. 구름 화창하고 약간은 연무가 서렸지만 위의 하늘은 푸르다. 좋다 좋아! 신발은 모래사장에 벗어놓고 발을 적시면서 물 자박자박한 경계면으로 걸어가는 것, 물가놀이의 으뜸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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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상류 지역, 하회마을에서 밑으로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가다 보면 흰 모래톱이 많다. 일부러 집을 그려넣지 않았다. 청정한 자연을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계절은 늦여름이다. 바로 직전에 지나쳐간 때, 여름이야말로 한 해의 영화로움이다. 풍성한 가을이라 하지만 벌써 모든 것이 물러가고 있어 쓸쓸함을 안겨주니 역시 계절은 여름이다. 그리면서 즐거웠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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