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은 비가 잦다. 봄가뭄과는 거리가 멀다. 그간 괴롭히던 발바닥 병이 좀 좋아져서 산책을 할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두달 간 멀쩡히 걷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많이 부러웠다. 올 한 해 건강을 되찾길 간절히 빌어본다. 양재천의 물 오른 능수버들이 여린 잎사귀를 내고 있다. 곧 자라고 커져서 무거워지면 연한 가지를 밑으로 늘어뜨리겠지.  사람들은 모른다, 능수버들이야말로 우리 겨레의 나무란 사실을. 조만간 글로 써서 알릴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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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해지고 오래지 않은 저녁 시간, 보름 가까운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빛은 습윤한 공기 속에서 온화하게 퍼지고 번져갔다. 안데르센의 "그림없는 그림책"이란 단편집이 떠올랐다. 수십년 전에 읽었던 동화책, 성인을 위한 동화책이다.  대도시에 나와 쪽방을 얻어 지내는 가난하고 고독한 젊은 시인의 창가에 밝은 달님이 찾아와 여러 얘기를 전해주면서 위로해준다는 설정의 이야기책.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슬픈 얘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저 달이야말로 안데르센의 그 달이 아닐까, 잠시 상념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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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다운 날이다. 수유 피어난 모습 구경하러 바깥으로 나갔더니 갑자기 비바람이 친다. 방향이 갈피를 잡지 않으니 우산을 가눌 수가 없다. 우산을 목과 어깨 사이에 끼고 간신히 셔터를 눌렀다. 수유 저 미미한 꽃들, 그래 봄날을 구가하는구나. 늙고 미미한 호호당도 봄날을 구가해야지. 독자님들도 그러시길.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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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 밤보다 길어지고 빛이 어둠을 이기는 춘분의 새벽, 새밝이다. 이로서 2024년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해는 정동쪽에서 떠오르고 6시 32분, 卯시 정각에 떠오른다. 사진의 시각은 해뜨기 20분전이다.  이제 곧 꽃들이 피어나고 바람도 훈훈해지리라. 당신의 일상에도 반질한 윤기가 오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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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발바닥이 아파서 잘 걷지 못하니 답답하다. 제자가 드라이브시켜 준다고 찾아와서 밖으로 나갔는데 어쩌다 보니 가회동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여기가 북촌한옥마을이라는 것이었다.  아, 그래? 옛날엔 그냥 가회동이었는데 가끔 뉴스에서 접하는 북촌이 여기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먼 옛날, 따져보니 대학교 1학년 시절인 1974년에 이화여대생과 데이트를 했는데 걔네 집이 가회동이라 집까지 왔던 적이 있다. 걔네 집이 제분회사를 한다고 했고 집도 으리으리했던 기억이 난다. 집안에서 가볍게 키스를 했던 아련한 추억도. 그 집이 어디였지? 하고 찾았는데 기본 형태는 있었는데 영업하는 매장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50년 전의 일이다. 그녀 이름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다,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 호젓하던 가회동이 관광지가 되었다니, 참!  그때 나 호호당은 스무 살이었고 지금은 일흔이다.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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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지인이 하는 한의원에 가느라 영등포 로터리를 지나 신도림쪽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광경이다. 뒷편의 고층 아파트 를 배경으로 쇠파이프들과 철물점, 공구상들이 아직도 적지 않게 남아있었다. 함석 지붕의 창고와 작업장도 보이고 마스크를 쓰고 리어카를 끄는 아저씨도 보인다. 예전엔 신도림과 영등포 근처는 다소 터프한 곳이었는데 그 자취가 아직도 조금은 남아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고 차안에서 잠시 허-하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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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쪽 하늘이 환하지만 연무가 많이 서렸다. 양재천변을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어느새 봄빛이 완연하다. 쌀쌀한 공기, 봄의 공기이다. 며칠 뒤면 물가의 버들도 찰랑거리기 시작하리라. 왼쪽 상단에 새 한 마리가 멋지게 날고 있다.

 

 

돌아서서 반대편 벽을 보니 시계판 위로 봄빛이 장난질을 하고 있다. 8시 44분. 왼쪽 아래 일본의 비싼 사케 '다사이23'이 보인다. 원래 저런 술은 선물 받아야 먹을 수 있다. 저번 12월의 동지제를 지낼 때 올리고 남은 술이다. 봄이 가기 전에 맛을 봐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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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호호당이 사는 우면동의 작고 평범한 동네 공원이다. 찬 공기가 들어오는 금요일 오후 해질녘에 찍은 사진이다. 온도는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지만 서쪽에서 들어오는 저녁빛은 그래도 온기를 띄고 있었다.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소나무들이 정겹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색도 봄빛이었다. 초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공기와 기운, 이에 함께 즐겨보자고 올려본다. 즐겨주시길...

 

자연적으로 생긴 연못인지 아니면 인공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얼었다가 녹은 연못이었는데 물 위론 침엽수의 낙엽들이 수북히 떠있었다. 그리고  낙엽을 떨어뜨린 나무들이 물 위에 자태를 드리우고 있었다. 간단하지만 계절감도 있고 세월의 느낌도 있어서 물끄러미 한창 동안 바라보았다. 

 

지금은 겨울이 아니라 초봄인데 비가 잦다. 온도가 더 내리면 진눈깨비 또는 눈이 되어내린다.  초록색 신호등이 젖은 도로 위에 예쁘게 반사되고 있다. 에머랄드 같다. 왼쪽 자동차의 불빛은 오렌지, 그러니 홍록의 대비인데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니 어떤 환상으로 안내해준다. 즐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