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의 느낌은 좋은데



건물 벽에 비치는 햇빛이 차갑긴 하지만 밝다. 초봄의 빛이다. 이번 봄은 비가 자주 와서 좋다.

 

코로나19, 신천지, 교회, 우한, 한국인 격리, 팬데믹, 뚫렸다, 봉쇄, 대남병원, 아웃브레이크 등등 며칠 동안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는 말들이다. 그 판국에 여야 진영 간 코로나가 아니라 선거를 두고 펼쳐지는 치열한 신경전. 정말 지친다. 그리고 순간순간 겁도 난다. 담배 때문에 조금 기침이 나면 혹시나 싶다. 그리곤 괜찮겠지 하며 마음을 달랜다. 


이에 오늘은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린다. 



저 먼 몽골 북부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저 먼 몽골의 북부 지역에 ‘므릉’이라고 하는 상당히 특이한 이름을 가진 도시가 있다. 구글 어스에 가서 위성지도로 위에서 보면 수많은 물줄기들이 얽히고 꼬여있는 습지이다. 오래 전 구글지도를 탐색하다가 발견하게 된 지명이기도 하다. 


말의 어원에 대해 평생 관심을 갖고 있는 나 호호당, 그래서 므릉이라? 무슨 뜻이지 싶어 찾아보니 몽골어로 물을 뜻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말은 몽골말이기도 하지만 실은 우리말과 별 차이가 없다. 우리말의 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발음 요소는 ‘미음’과 ‘리을’, 영어로 M 과 L이다. 이 점을 알고서 다시 나서보자. 


이번엔 만주 북방, 그곳엔 아무르 강, 중국에선 ‘흑룡강’이라 부르는 큰 강이 있다. 아무르란 명칭은 ‘아’가 크다는 뜻이고 ‘무르’는 물이란 뜻이다. 따라서 큰물, 즉 큰 강인 것이다. 


아무르 강의 상류 지류로 거슬러 가보면 물링 또는 무렌이란 이름의 강이 있는데 중국어론 穆棱河(목릉하)라 한다. (목릉의 중국어 발음은 무링이다.) 그 뜻은 물이다. 따라서 무렌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로서 그냥 강이란 뜻이다. 



만주 서북쪽의 강 사르모론



이번엔 우리 고대 문화와 아주 관련이 깊은 강 하나를 소개해본다. 시라무렌 혹은 시라무룬 달리는 사르모론이란 강이 있다. 이 강은 내몽골 자치구 동부를 흐르다가 다른 강들과 만나서 나중에 만주의 요하 즉 랴오허가 되어 발해만으로 흘러든다.

 

이 강은 우리 고대 문화와 아주 연관이 깊다. 강의 유역이 바로 이른바 ‘홍산문화’의 발상지인 까닭이다. (홍산문화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선 조금 있다가 설명하기로 하자.)


시라무렌 또는 시라무룬, 그리고 혹은 사르모론의 뜻이 무엇일까? 하면 ‘희게 빛나는 물’이란 의미이다. 일본말로 희다를 ‘시로이’라 한다. 우리말로는 새롭다와 같다. 새로운 것은 반짝이고 빛난다. 새롭다의 원뜻은 빛이 난다는 까닭이다. (여기에서의 발음 요소는 시옷과 리을이다. 영어로 S와 L이다.)


따라서 시라무렌 혹은 사르모론은 ‘빛나는 물’이란 뜻이다. 많은 물이 흐르는 광경을 보면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이다. 강의 명칭이 독자들에겐 다소 낯설겠지만 실은 우리말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이름의 강이 있기에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강 이름 중에도 원래는 시라무렌 또는 사르모론이란 이름의 강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북한 평안남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청천강이 바로 그렇다. 


청천강의 옛 한자 명칭은 살수였다.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이 있었던 그곳 말이다. 薩水(살수), 보살 薩(살)자에 물 水(수)로 되어있는데 여기에서 薩(살)은 한자의 음을 가져다 쓴 것이고 원 소리는 ‘사르’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사르’의 원 의미를 살려 맑을 淸(청)을 써서 淸川(청천)이 된 것이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지금의 청천강을 두고 사르모론이라 했던 것이 변해서 살수가 되고 청천이 되었다가 지금은 청천강이 된 셈이다. 


남쪽에도 사르모론이 또 있으니 바로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시를 지나가는 백마강이 바로 그렇다. 白馬(백마)강이라 부르고 있지만 사르가 희게 빛난다는 뜻이어서 한자로 白(백)을 붙인 것이고 마는 말이 아니라 우리 옛말에서 물이기에 희게 빛나는 물, 사르모론인 것이다. 


백마강의 이름에 관한 전설로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가 백제를 공략할 때 흰말을 탔기 때문이라 하지만 그건 영문을 모르게 된 뒷사람들이 궁금한 나머지 지어낸 ‘썰’이다. 


그리고 백제가 망했을 때 부흥을 위해 일본의 백제 세력들이 대거 쳐들어왔다가 대거 패배하고 물러선 곳을 白江(백강)이라 하는데 그 백강이 바로 백마강인 것이다. 


이처럼 백마강이 백강인 것인데 지금의 이름은 錦江(금강)이 되어있다. 금강의 錦(금)은 비단을 의미하는데 흰 비단과 같이 빛난다는 뜻이니 같은 의미이다. 사르모론이 백마강이고 백강이며 지금의 금강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안에도 사르모론이 여럿 된다. 대표적인 예로서 청천강과 금강이 그것이다.


 

홍산문화는 동이족의 문화



이제 앞에서 잠깐 얘기했던 홍산문화에 대해 얘기해보자. 


사르모론의 부근에서 발굴되기 시작한 홍산문화는 중국 내몽고 자치구인 츠펑 시와 랴오닝 성의 차오양 시 일대가 그 기반이다. 특히 차오양 시는 한자로 朝陽(조양)인데 고조선의 수도 중에 하나였을 것으로 나 호호당은 짐작하고 있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 중에 대표적인 것은 玉器(옥기)들인데 이는 강원도 고성군 패총에서 출토된 옥 귀걸이(7천 년 전)와 전남 여수 안도리(6천 년 전) 등에서 발견된 옥 장신구, 귀걸이와 유사점이 있어 고조선 등 한반도 초기 역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옥기 중에 대표적인 것은 玉龍(옥룡)이다. 


중국인들은 龍(용)과 鳳凰(봉황), 즉 용봉신화를 그들의 고유문화 전통이라 여기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용은 그들이 말하는 황하문명의 소산이 아니라 홍산문화의 소산이기에 오히려 우리 고대 문화와 연관된다는 점이다. 


이제 그 점에 대해 언어학적 증거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용의 신화는 중국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



원래 우리말에 용을 미르라고 한다고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훈몽자회란 책에 나와 있다. 그리고 미르란 말은 우리말의 ‘물’과 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물이란 말은 앞에서 얘기한 바, 그 중요한 발음 요소는 ‘미음’과 ‘리을’, 영어로 M 과 L이다. 이 점을 다시 상기하면서 살펴보자. 


龍(용)의 현대 중국어 발음은 ‘롱’ 혹은 ‘룽’이다. 그렇지만 고대 중국어 발음에선 ‘머롱’이라 했다는 점이다. 머롱이 나중에 오면서 앞의 ‘머’ 발음이 탈락하고 롱으로 변한 것이다. 


(Baxter-Sagart Old Chinese reconstruction, version 1.1, 구글에 가서 이렇게 입력해보면 자료를 직접 볼 수 있다. 참고로 얘기하면 윌리엄 박스터란 학자는 중국 고대 한어 연구에 있어 세계적으로 최고의 권위자이다.) 


머롱은 몽골의 므릉, 또 만주의 무렌이나 무른, 모론과 통하며 우리말의 물과 통한다. 즉 미음과 리을이란 발음요소 즉 M 과 L로 되어있다. 따라서 중국인들이 그들의 고유문화로 여기고 있는 용의 신화는 사실 오늘날 중국 내륙이 아니라 그들에겐 먼 바깥세상이었던 몽골과 만주, 그리고 한반도 문화와 더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하겠다. 간단히 말해서 東夷(동이)족의 문화 소산인 것이다. 


(언젠가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봉황 신화 역시 동이족의 소산이다.)


아울러 용은 결국 흘러가는 긴 물, 즉 물의 상징인 것이고 그렇기에 전설이나 신화 속에서 용은 반드시 물과 밀접한 연관을 보여준다. 용이 바로 물 즉 강이고 연못이고 호수인 까닭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자연순환학적 전망



마지막으로 코로나 19에 대해 전망해본다. 


저번 주 글에서 24일 월요일이 고비란 말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날부터 신천지 쪽에서 엄청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다시 이번 주 토요일 3월 7일이 최종 고비가 될 것이다. 그날부터 감염 사례의 증가추세가 꺾이기 시작하면 이제 서서히 마무리 단계로 들어간다고 보면 되겠다. 그 경우 3월 19일 즉 춘분 무렵부터 수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3월 7일 이후로도 증가세가 꺾어지지 않고 더 늘어난다면 그거야말로 신천지 등에 의한 3차 감염이 시작되는 것이니 그렇게 되면 장기화 추세로 굳어져서 올 상반기 내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 본다. 


부디 잘 수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 호호당의 생계에도 많은 지장이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글이 뜸하다. 4월에 호호당의 수채화 전시전을 열기 때문에 그림 작업에 몰두하느라 그렇다. 전시회가 열리면 독자들에게 소식을 알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