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확진자로 시작된 2020년의 봄



저번 19일 수요일이 雨水(우수)였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봄의 첫날이었다. 겨우내 따뜻하더니 약간 민망했나 보다, 봄이 오기 일보 직전에 동장군이 마지막 위력행사를 했고 그로서 물러갔다. 내 다시 돌아올 거야 하면서. 


봄이 왔으니 반가워야 할 터인데 이번 봄은 첫날부터 아주 터프하다, 불길하다. 이른바 31번 확진자의 발생과 함께 대구에서 연일 대량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정 교회라고 하는 상당히 뚜렷한 감염경로가 파악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으나 어쨌거나 전문의들이 그토록 염려해오던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되었다. 변곡점(inflection point)이 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우리의 방역 체계가 잘 되어 있고 의료진의 수준 역시 대단히 우수한 것이 분명하지만 이젠 봇물 터진 것과 같은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 


얼마 전 얘기한 바, 기본적으로 중국 유학생들은 물론이고 하루에도 수만의 중국인들이 입국하는 마당이라 아무리 공항에서 철저히 검역을 해도 무증상 감염자를 100% 철저하게 막아낼 순 없다는 점이다. 거의 중국 전역에 걸쳐 확산된 마당에 이미 봉쇄된 우한과 후베이 성의 입국만을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별 다름이 없다. 



월요일부터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것도 같으니



지난 달 첫 환자 발생으로부터 30일이 지나 대구에서 환자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오는 월요일은 첫 환자 발생으로부터 36일이 되는 날인데 만일 그 날부터 신천지 교인들만이 아니라 그로 인한 재감염이 시작한다면 그야말로 비상시국으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36일은 수의 법칙에 있어 하나의 관문이자 게이트가 되는데 그게 뚫리는 것이 되는 까닭이다. 



어쩌면 이번 코로나19가 하나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코로나19 사태가 어쩌면 하나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점이다. 


예전 글에서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국운은 작년 2019년 10월 甲戌(갑술)월부터 혹한기로 들어갔다. 해마다 맞이하는 겨울 또는 혹한기가 아니라 60년 국운의 순환에 따른 혹한기 말이다. 이는 2019년 10월에 시작해서 2022년 4월에 이르면 절정에 이를 것이며, 2024년 10월이 되어야 물러갈 것이니 60개월의 기간이다. 


국운의 酷寒(혹한)이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에너지가 극도로 떨어진 상황을 말한다. 무얼 해도 예전처럼 잘 되지 않고 꼬일 뿐만 아니라 이번의 코로나19처럼 전혀 예기치 않은 돌발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흐름이 예상된다. 


그런 탓에 이번 봄이 되면 분명히 뜻밖의 악재가 생길 터인데 그게 무엇일까 겨우내 궁리해 보았지만 당연히 미리 눈치를 챌 순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2월이 되자 소식이 왔으니 우한 폐렴, 최근엔 코비드 19로 이름이 붙은 사건이었다. 


2015년의 메르스 사태 때엔 다행히도 우리 방역망이 메르스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아 낼 수 있었으나 이번엔 최초 환자 발생 30일 만에 대구를 중심으로 해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었고 만일 그것이 전국으로 또 다시 확산될 경우 우리 모두 코로나 19라는 저 괴물과 길고 어려운 전쟁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 있기에



하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문제는 비단 코비드 19 저 놈만이 아닐 것이란 점이니 이제 시작인 셈이고 장차 더 큰 놈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데 있다. 여러 우려 중에서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는 사안은 금년 말 내년 초에 중국 경제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중국의 붕괴에 대해선 내 블로그 프리스타일 제1678호 “중국의 붕괴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으니”란 글을 다시 읽어 보셔도 좋을 것이다.)


솔직히 내 생각을 털어놓자면 내년의 중국 경제 붕괴는 거의 필연이라 보고 있다. 그 시기 또한 내년 6월에서 9월 사이일 것으로 단정을 짓고 있다. 


중국 경제가 어떤 식으로 엎어지느냐 그 과정이야 모르겠으나 그렇게 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은 물론이다. 



보다 근원적인 악재가 출현하고 있으니



나 호호당은 2008년 11월에 장차 우리가 마주하게 될 5개의 악재에 대해 “다섯 개의 겨울 설산”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다섯 개의 악재는 다음과 같다. (김태규 명리학 코너 361번 글)


1. 미국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 디플레이션

2. 국내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경제 불황

3. 중국 경제의 거품 소멸에 따른 문제

4. 김정일 이후 북한의 붕괴 등 그에 따른 통일비용

5. 우리 산업의 노후화와 수출 경쟁력 저하


그런데 그간에 문제가 또 하나 생겨났다. 미국이 금융위기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문제점이라 하겠는데, 그건 바로 미국이 이제 대단히 까칠하고 깐깐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론 앞의 1번과 관련된 사안이지만 미국의 최근 몇 년 간 보여주고 있는 흐름의 변화는 제2차 대전 이후 보여주던 모습과는 지극히 이질적인 것이기에 그간에 볼 수 없었던 일이다. 


현 상황으로 볼 때 트럼프의 재선이 무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앞으로의 미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적당히 손해 좀 봐주면서 너그럽게 이끌어가던 종갓집의 자세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19세기의 대영제국을 위시해서 당시는 식민지 제국의 시대였다. 그러다 보니 1914년의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엔 전 세계가 소위 列强(열강)이라 불리던 유럽 중심의 제국주의 국가들과 식민지 지역으로 양분되기에 이르렀다. 제국이거나 아니면 식민지였던 것이다. (우리 역시 아쉽게도 일본 제국의 식민지였다.)


하지만 제2차 대전 이후 거의 절대적인 힘을 가진 미국이란 신흥의 초강대국은 기존의 식민지 제국들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만일 미국에게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능히 그 길을 갈 수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식민지로부터 투쟁을 통해 탄생한 미국이었기에 그 길을 따르지 않았다. 


자유를 더 소중히 여기는 미국은 모든 식민지의 독립을 지원했고 그로서 미국은 인류 역사의 발전에 있어 크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미국은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선택했으니 바로 글로벌화였다. 이는 19세기 당시 시장과 자원의 우선적인 확보를 위해 내달렸던 식민지체제에 대한 대체물로서의 글로벌화였던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해외 시장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나라이고 내수 시장이 우선인 나라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다 보니 미국의 해외진출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었고 그 결과 비용절감을 위한 아웃소싱과 같이 다양한 이유로 해서 글로벌화가 진행되었던 것이라 하겠다. 



미국의 새로운 생각



그런데 그러던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마냥 이대로 갈 순 없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특히 중국의 약진을 그냥 둘 순 없다는 생각도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현재 미국은 그간의 일에 대해 면밀하게 손익계산서를 뽑아보고 손 볼 데가 있으면 시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고 그 바람에 미국은 이제 까칠해지고 깐깐해지고 있다. 


앞서 말한 다섯 가지 악재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조만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새로운 악재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작년부터 우리는 일본과도 불편한 관계로 들어갔지만 그 정도의 악재는 미국이 매사 계산적으로 변해감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어려움에 비하면 실로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만일 중국이 내후년 정도에 가서 경제적으로 위기를 맞이하거나 붕괴될 경우 중국의 패권도전은 완전히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으로선 어려운 상대를 제거한 셈이 되는 것이고 그 결과 미국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 역시 엄청난 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 자체가 수정될 것이기에 말이다. 


게다가 중국이 무너지면 결국 북한 체제의 급격한 붕괴까지 초래할 가능성도 급격히 높아진다. 정작 그런 일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가 부담해야 할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의 경제 위기는 즉각적으로 우리의 위기



중국 경제의 위기는 우리 수출산업에 대한 위기를 통해 전체 산업의 위기로 번질 것이고 그로서 우리 경제는 총체적인 난국을 맞이할 것이다. 또 그럴 경우 국내금융시장으로부터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도 당연히 예상이 된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원화의 평가절하나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이고 그로서 부동산 시장은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다. 또 그럴 경우 막대한 가계부채 문제가 즉각적으로 터져 나올 것이다. 일종의 연쇄반응. 


그런 마당에 미국은 까칠해지고 있고 또 북한체제의 붕괴가 있을 경우 그 우발채무를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떠맡아야 할 것이니 그야말로 생각하기조차 싫은 악몽이 현실화될 것이다. 


물론 다른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좋은 그림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四面楚歌(사면초가). 


지금의 코로나19는 어차피 때가 되면 해소되겠지만 중국까지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것이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제 우리는 어려운 길로 들어서고 있다.